환율이 3년 내 최저점인 1060원대로 곤두박질 치면서 수출 비중이 높거나 원료의약품 중심 제약사의 실적 악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환율 영향에 따른 원가율 상승과 외환 차익 감소의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환율이 2017년 4분기 실적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1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 하락으로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된 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2016년 3월 4일 1244.7원으로 3년내 최고치를 기록한 환율은 이달 2일 1063.5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환율은 2018년 1월 19일 기준 1068.5원으로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면서 증권가 등에서는 올 한해 환율이 달러당 105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
영진약품은 환율 하락에 직격탄을 입었다.
영진약품의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2016년)은 1931억원, 당해 사업연도 매출액(2017년)은 1950억원으로 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4억원에서 30억원으로 44.5% 감소, 당기순이익은 42억원에서 18억원으로 55.6% 감소했다.
영진약품은 순이익 감소를 환율 영향으로 풀이했다.
영진약품은 "환율영향에 따른 원가율이 상승했다"며 "환율영향에 따른 외환차익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원료의약품을 중점 사업으로 하는 KPX 생명과학도 직격탄을 맞았다.
KPX 생명과학은 2016년 433억원 매출에서 2017년 425억원으로 매출액이 1.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50억원에서 25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45억원에서 2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환율하락 및 재료비 단가 상승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대미 수출 물량이 많고 내수 대비 수출 비중이 높은 제약사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매출액 대비 수출액이 20%에 달하는 A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 산업이 수출 비중이 적고 내수 중심이라 환율의 영향이 제한적이다"며 "하지만 수출 중심 업체에서는 환율 하락은 수익에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율 하락이 연말까지 지속된다는 전망이 많아 현재 현금 보유를 달러 위주로 하고 있다"며 "1050원을 환율 마지노선으로 잡고 있지만 그 이하가 됐을 경우 팔면 팔 수록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출 비중이 18% 대에 달하는 B 제약사 관계자는 "미국 수출 물량보다는 유럽쪽 비중이 많다"며 "환율 변동폭에 따라 손실을 보전해주는 금융상품에 가입해 있어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원료의약품을 수출하는 C 제약사는 "수출 가격은 계약 당시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바로 떨어진 비율만큼 손실이 난다"며 "2017년 4분기 실적에서 환율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한 제약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