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와 정부가 논의하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정 실무협의체 협의 결과 초안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겼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의료단체와 정부가 문재인 케어 시행을 위해 비급여의 급여화 등을 중심으로 23개항에 잠정 협의한 내용을 입수했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최대집 회장 당선인의 의-병-정 실무협의체 파기로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잠정 협의안은 문케어 시행을 위해 적정수가 보상과 심사체계 개선 등 의료계 요구안이 상당부분 반영된 구체적 이행계획을 담았다.
9일 메디칼타임즈가 국회로부터 입수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정 실무협의체' 협의 결과 초안 문건에 따르면, 의료계와 보건복지부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환자안전을 위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A4 용지 6장 분량인 협의 초안은 지난해 12월부터 3월까지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와 병원협회, 보건복지부가 9차례 실무협의체 회의를 통해 마련한 내용이다.
23개항의 협의 내용에는 의료계와 환자안전 중심의 구체적 실행방안을 담고 있어 의-병-정 간 치열했던 논의 과정과 고민이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비급여의 급여화
우선, 문케어 핵심인 비급여의 급여화는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 등과 사회적 합의를 통한 우선순위에 따라 추진한다는 내용을 선두에 배치하며 6개항으로 정리했다.
여기에 중증의료와 필수의료, 취약계층 등의 보장성 강화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추진해 나간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어 보장성 강화는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 관리와 원활한 시행 등을 위해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문케어 안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도 반영했다.
중간 과정에서 보장성 강화 효과와 적정수가 보상, 재정소요 등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며 추진한다는 의-정 모니터링 조건을 명시했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전문적인 의학적 검토와 진료현장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관련 의학단체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급여화 범위 및 방안을 검토하고 사회적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며 의료단체 의견 반영을 전제한 조항을 분명히 했다.
각론으로 예비급여 적용은 급여평가위원회 논의를 거쳐 별도 원칙을 수립해 운영하되, 급여평가위원회에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의료단체 참여를 보장하고, 90% 본인부담률 적용은 제한적인 기준으로 인해 진료현장에서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불법적 비급여를 유도하는 보험 기준 개선 등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을 첨부했다.
의료계가 주목하는 비급여의 정확한 추계와 분석이 가능하도록 의-정 공동 노력한다는 문구도 명시했다.
실행방안으로 진료비 실태조사와 비급여 상세조사 등 정기적 비급여에 대한 실태파악 및 분석을 강화하고, MRI와 초음파 등 주요 분야별 비급여 조사 신설에 합의했다.
더불어 의-정은 문케어에 따라 불필요한 의료이용이 증가하지 않도록 의료이용에 대한 합리적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기 위한 공동 노력과 함께 비급여 진료 시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적정수가 보상
의료계 최대 현안인 적정수가 보상 관련, 건강보험 보장률과 의료의 질, 수가 등을 OECD 수준으로 높여 나가기 위해 공동으로 연구, 노력한다는 규정을 명시했다.
그동안 의료단체가 주장한 OECD 수준의 적정수가 보상을 복지부가 합의안에 반영한 셈이다.
또한 의료기관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총 비급여 해소규모를 보전하고, 의료기관 종별 기능에 부합다고 의료의 질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적정수가 보상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인적자원 투입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 사람 중심의 수가체계를 마련한다는 실행방안을 덧붙였다.
적정수가 보상 분야는 7개항으로 구성했다.
▲의료인의 충분한 진료시간 확보와 질 향상을 위한 심층 진찰 도입 ▲적정 의료인력 확보와 환자 돌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입원료 구조 개편 ▲의료기관 종별 기능 역할 분담과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위한 종별가산 포함 가산제도 개편 ▲일차의료 활성화 위한 만성질환 관리 통합모형 추진과 의뢰-회송 시범사업 확대 ▲만성질환 체계적 관리 및 수술전후 상담 질 향상을 위한 교육상담료 도입 ▲충분한 보상이 되지 않은 수술과 처치 등 수가 개선 ▲의학적 유효성이 입증된 신의료기술 적시 도입 및 7개 DRG(포괄수가제) 수가체계 및 조정기전 개선 등이다.
적정수가 보상은 비급여의 급여화 및 3차 상대가치개편과 연계해 추진하되, 국민건강 및 안전을 위해 필수적 의료 부분은 우선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간호등급제 개선 등 양질의 의료인력 확보를 위한 대책과 중환자실, 외상센터, 응급실 등 환자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수가개편 등을 연내 마련하도록 한다는 세부내용도 담았다.
이러한 적정수가 보상방안 마련을 위해 의료계는 필요한 자료요청에 적극 협조한다는 조항도 명시했다.
의료계 현안인 수가결정 구조 개선도 합의했다.
의-정은 합리적인 수가결정 구조 마련을 위해 논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내용을 전제로 수가계약 과정에서 소통을 강화하고, 환산지수 산출 및 수가계약 방식 개선을 위한 논의구조를 조속히 마련한다는 실행방안을 담았다.
특히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운영을 위해 공동 노력하고, 재정 건정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의료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대책을 추진한다는 총 7개항을 명시했다.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신포괄수가제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자율적 참여 신청에 따라 시범사업으로 추진한다 ▲참여기관 규모 및 종별에 따른 특성을 반영하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속적으로 수가구조를 개선한다 ▲신포괄수가제를 통해 적정보상 하에 적정진료가 이뤄지고, 보장성 강화와 함께 의료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한다는 3개항으로 구성했다.
◆심사체계 개선
의료계 내부에서 '심평의학'으로 불리는 심사평가원의 심사체계의 대대적 개선도 합의했다.
우선, 의-정은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고, 의학적 전문성과 진료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심사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는 대전제를 명시했다.
각론에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심사평가원이 함께 참여하는 '심사기준 개선협의체'(가칭)를 구성해 심사기준의 합리적 운영 방식에 대해 상호 소통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심사의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다 확보하기 위해 심사정보 종합서비스를 통해 심사세부 규정 공개 및 심사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한 심사실명제의 전체 공개를 목표로 분야별 대표위원부터 단계적 신속 추진, 심사과정에서 의료현장 및 최신 진료경향 충분한 의견수렴 반영 등 의료 전문가를 존중한 문구를 명시했다.
다만, 부당청구 등 근절을 위한 자정 노력 차원에서 정부는 착오 등의 부당청구에 대해 요양기관이 부당청구 여부를 자율 점검하고, 부당이득을 반납하는 '자율신고제' 도입을 추진한다는데 공감했다.
의료기관과 갈등 요인인 공단의 방문확인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전제 아래 공단은 방문확인이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의료계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상호 소통을 강화해 나간다는 문구를 담았다.
◆이행 체계
의-정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상기 협의된 내용이 성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 그리고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보건복지부로 구성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병-정 협의체'(가칭)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등 2개항을 합의안 마지막 문항에 담았다.
국회 관계자는 "의-병-정 합의안 내용을 보면, 비급여의 급여화 적정수가, 심사체계 개선 등 의료계 요구안을 상당부분 반영했다"면서 "국회와 복지부 입장에선 오히려 모든 현안을 의료계와 논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의-병-정 합의안이 결렬된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병-정 실무협의체의 치열한 논의를 통해 합의 초안에 의료계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의료계 일각에서 실무협의체 성과를 평가절하하고 있으나, 구체적 내용을 알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국회 내부에서는 최대집 의협 회장 당선인이 강경 투쟁 기조 이후 새로운 의-정 협의를 한다 해도 기존 23개항보다 진일보한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