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허무하게 보냈지만 이 아이들은 지켜주고 싶다."
서울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간호사의 어머니는 딸의 장례식장에서 하나같이 '그만두고 싶다, 죽고싶다'고 하는 딸의 동료들을 보고 이같이 말했다.
2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사회 간호노동의 현실, 그리고 개선방향'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 남인순 의원, 송옥주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공동주최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임상현장에서 간호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박정수 간호사는 "밤근무 때마다 제발 불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불이 나면 112명의 환자는 모두 사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인력의 열악함을 지적했다.
최원영 간호사는 신규간호사 교육제도의 미흡함을 지적했다.
그는 "2달의 트레이닝 기간을 거친 후 처음 발령받은 곳은 내과 중환자실이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중증도 높은 환자의 생명을 2명씩 책임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현실에서 나오는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신규간호사 교육연수제도 법제화, 간호인력 배치 기준 강화 등의 대안을 제안했다.
한림대 간호학부 강경화 교수는 "만성적 간호인력 부족 문제 해결은 신규간호사의 이직 방지와 정착을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미국, 호주, 일본 처럼 신규간호사 교육연수제도를 법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운동연구소 김동근 연구원도 "신규간호사 교육기간을 늘리고 교육기간 동안에는 담당 환자 수를 줄여주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의 가장 핵심적이고 직접적 해결방안은 간호인력 배치기준 강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