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유두종바이러스(HPV)는 자궁경부암만 유발하는 게 아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HPV=자궁경부암' 인식 전환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HPV가 구인두암 등 두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학회 이재서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은 29일 서울 그랜드힐튼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구인두암의 가장 큰 예방책은 예방접종"이라며 HPV 예방접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HPV가 자궁경부암만 유발하는 게 아니라 구인두암도 유발하는 바이러스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12세 미만 여성 청소년 대상 국가예방접종사업을 남성 청소년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학회의 주장이다.
구인두암은 보통 편도암이라고도 하며 구개편도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압 안 목젖의 양쪽에 있는 구조물인 구개편도에 생긴 악성 종양이다.
이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HPV로 인한 구인두암이 증가하고 있다"며 "특정한 날을 지정하기보다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 정필상 회장(단국대병원)도 "구인두암 환자는 2007년 1005명에서 2015년 1876명으로 8년사이 88%나 증가했다"며 "절대적인 숫자는 적지만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폭발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학생도 12세가 되면 HPV 백신을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은 이미 12세 이하 남아에게도 백신 접종을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름부터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고윤우 학술이사(세브란스병원)는 "현재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이라는 형태로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HPV 관련 예방접종 등으로 이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병의 패턴으로 보면 미국과 비슷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HPV가 매개체인 젊은 구인두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회 차원에서 알리고 정책으로 건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27~29일 열린 학술대회에는 총 23개국 1769명이 참여했다. 개원의는 약 340여명이 등록했다. 400편 이상의 자유연제, 포스터 발표 및 전시가 접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