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행위와 약제, 치료재료 급여 전환 시 기본 원칙이 되는 '비용효과성' 항목 삭제를 추진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즉 비급여로 유지되던 의료행위나 약제, 치료재료의 보험 적용과 함께 건강보험심사평원의 심사에서 앞으로 비용효과성을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행정 예고했다.
행정예고를 통해 복지부는 요양급여의 기본 원칙 제1호의 다목을 삭제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해당 항목은 '요양급여는 경제적으로 비용효과적인 방법으로 행하여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라 일부 경제성이 낮아도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건강회복에 잠재적 이득이 이는 경우 등에 요양급여가 실시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하 공공기관의 경우 이 같은 복지부의 행정예고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해당 항목을 삭제할 경우 심평원은 의료행위, 약제, 치료재료 급여 심의는 물론이거니와 '심평의학'이라고 불리는 심사 잣대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심평원은 의료행위 심사는 물론 약제 보험적용의 잣대가 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용효과성을 분석하는 '경제성 평가'를 가장 중요시 여기고 있다.
심평원 지영건 급여기준실장도 최근 '2018 Korea Healthcare Congress'에 참석해 "심평원 심사기준을 보면 첫 번째로 다빈도 시술인지를 살펴본 후 가격과 진료에 대한 근거자료 여부를 심사한다. 이후 마지막으로 의학적 타당성을 따지게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심평원은 요양급여 기본원칙 상 비용효과성 항목을 삭제할 경우 심사기준에까지 비용효과성을 따지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상황.
반면 의료계는 복지부의 이 같은 행정예고에 예비급여 등 소위 문재인 케어 추진을 위한 단계적 절차로 보면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예비급여에 관한 규정을 정비하는 계획 아니겠나"라며 "이미 선별급여에 관한 규정으로 모두 처리할 수 있는데 선별급여라는 것 자체가 지난 정부의 정책용어다. 문재인 케어에서 새롭게 등장한 예비급여로 바꾸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예비급여의 경우 건강 보험료의 지나친 지출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며 "이러한 논란거리가 되는 비용효과성 항목을 좀 더 구분해 정의하려고 하는 것 같다. 문재인 케어 추진을 위해 복지부가 건강보험 요양급여 기본 틀 자체를 흔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의학적 타당성은 있지만 까다로운 심사기준으로 펼치지 못했던 의료행위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의 A상급종합병원장은 "비용효과성을 따지면서 심평원이 그동안 삭감을 진행해왔다"며 "기본원칙에서 삭제된다면 의학적 타당성이 더 중요시되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약제와 관련해서는 우려점이 있다.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제약사들의 권한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며 "약평위도 비용효과성을 가장 중요시 하면서 평가하지 않나. 약제와 치료재료의 경우는 우려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복지부는 이 같은 행정예고를 '시작'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이제는 비용효과성 만으로 요양급여 논의와 심평원 심사를 하기에는 한계에 부딪혔다"며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행정예고처럼 이를 전면 삭제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방안을 마련할 지는 입법예고 기간 중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입자, 공급자, 건보공단, 심평원이 모두 참여해 논의를 해야 한다"며 "행정예고 안 자체를 봐선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화두를 던진 것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