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 A종합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이 '교육'보다는 '수익'에 중점을 둔 병원 논리에 내몰리고 있어 제대로 된 수련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계에 따르면 A종합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1년차 한 명은 근로계약서 작성 과정에 문제의식을 갖고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3년차 5명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A종합병원 가정의학과에는 1년차 전공의 2명(1명 퇴사), 2년차 5명, 3년차 5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공의와 병원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된 것은 '근로계약서' 작성 과정에서다.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에 따르면 A병원은 올해 수련환경평가 현지조사 대상이 되면서 지난 3월부터 전공의들과 근로계약서 작성에 나섰다. A병원은 적어도 2016년 이후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었다.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은 낮은 임금, 부실한 휴가 등의 현실화를 비롯해 수련 스케줄 개편 등을 요구하며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 교육에 방점을 찍는 수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결국 시간이 흘러 5월 말에는 가정의학과 과장에게 "병원에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3년차 전공의 B씨는 "근로계약서에 빨리 서명을 하지 않으면 가정의학과 자체를 없앨 수 있다. 그러면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이동수련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전공의는 병원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소리도 한두 번 들은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2년차 전공의 C씨는 "가정의학과는 배운다기보다는 전공의법 시행으로 부족해진 인력에 대한 땜빵이라는 느낌이 강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A병원의 특정과는 전공의 모집 광고를 하면서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파견근무를 하고 있어 업무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것을 장점으로 내걸 정도다.
C씨는 "가정의학과 교육은 타과 파견이 주를 이루는데 파견 목적이 전공의 인력 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A병원은 특히나 타과에서 파견을 부탁하면 무조건 해줘야 한다는 경향이 강하다"며 "가정의학과 전공의라는 게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호소했다.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은 부원장이 스케줄 개편 등을 약속하며 "믿으라"고 해 결국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했지만 서명 직후 불이익이 바로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3년차의 수련계획이 바뀐 것. 5월 말에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했는데 6월 수련계획표가 바뀐 것이다.
C씨는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통상 1, 2년차는 입원, 응급환자를 중점적으로 보고 3년차에 1차의료에 맞는 외래 중심 술기 교육을 받는다"며 "1차의료 중심의 교육을 받기 위한 진료과 파견 스케줄이 다 바뀌었다"고 말했다.
즉, 수련 스케줄이 외래기반, 1차의료와 상관없는 진료과 참관으로 바뀐 것이다.
B씨는 원래는 6월에는 영상의학과, 또 다른 3년차 전공의는 이비인후과 파견이 예정돼 있었지만 돌연 스케줄이 바뀌었다. 이에 B씨는 이미 4개월 동안 수련을 받았던 내과에서 또 수련을 받고 있다.
가정의학과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에 따르면 내과(4개월 이상), 소아청소년과(4개월 이하), 산부인과(3개월 이하), 외과(3개월 이하)는 파견 수련을 받아야 하는 필수과목이다. 정형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이비인후과, 안과, 피부과 등은 최소 4과목 이상을 파견 수련 받게 돼 있다.
6월부터 수련을 포기하고 사직서를 제출한 1년차 전공의도 사직서를 통해 수련 과정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는 사직서에 "입국 당시 1년차는 내과 2개월, 2년차는 내과 3개월 파견, 3년차 때는 영상의학과, 정신과, 이비인후과 파견 수련이 가능하다고 설명을 들었다"며 "입국 후 1년차 내과 파견 수련이 1개월 추가됐음을 통보받았고 3년차 때는 영상의학과 등 파견이 갑자기 불투명해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썼다.
이어 "파견 비중이 큰 수련과 특성을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갑작스럽게 수련 일정이 바뀌는 결정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2차 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위치 애매모호"
A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들은 병원이 가정의학과 전공의를 수익창출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는 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B씨는 "사실 2차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위치가 애매한 경향이 있는데 이 병원은 정도가 심하다"며 "타과에서 파견을 요청하면 무조건 식으로 파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신경과는 필수로 파견을 나가야 하는 진료과도 아닌데 과장은 신경과 레지던트가 없으니 너희가 도와줘야 한다며 파견을 나가고 있다"며 "더군다나 1년차 전공의 숫자도 줄어 가정의학과 업무 부담이 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C씨도 "수련 스케줄이 몇 번씩 바뀌었는데 그 과정에서 전공의 의견을 묵살되고 타과에서 힘들다고 하면 메우는 식이었다"고 털어놨다.
가정의학과 전공의의 반발에 대해 병원 측은 수련스케줄 조율은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2차 병원이다 보니 중증도가 대형병원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전공의들이 타과에 파견을 나가더라도 환경이 편안한 편"이라며 "가정의학과는 다양한 환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타과 파견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근로계약서 서명 과정에서 수련 스케쥴줄 관련 문제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스케줄 조정은 얼마든지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