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 첫 개최지 한국 선정
국내 의료기기업체 중국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시장 진출 지원
메드트로닉코리아 김동우 상무 “판매제휴·라이센스·지분투자 등 모색”
정희석 기자
기사입력: 2018-08-16 00: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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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트로닉(Medtronic)은 150개국 이상 국가에서 심박동기·최소 침습치료·뇌졸중·파킨슨병·당뇨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의료기술·솔루션·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료기기산업 리더.
전 세계에서 1초마다 2명 이상 환자 삶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이 거대 글로벌기업이 국내 의료기기업체에 ‘상생’을 위한 손을 내밀었다.
본사 차원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 첫 번째 개최지로 한국을 선정하고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해외진출 지원에 나선 것.
오는 28일부터 양일간 개최되는 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는 글로벌 의료기기시장 최신 동향과 효과적인 해외시장 진출 방안을 소개하는 ‘진출전략 세미나’와 메드트로닉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아시아시장 공동 진출을 모색하는 ‘파트너링 상담회’가 열린다.
특히 파트너링 상담회에서는 메드트로닉코리아와 아·태지역 및 중국 본부에서 사전 평가를 통해 선정한 ▲심장 ▲당뇨 ▲척추·신경 ▲일반외과 관련분야 국내 유망업체가 메드트로닉 각 부문별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기술 및 제품 설명회를 진행한다.
상담회를 통해 기술력과 시장성을 인정받은 국내 업체는 메드트로닉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시장 진출에 필요한 지원을 받게 된다.
이번 파트너링 상담회는 그간 다국적기업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내세워 한국 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외쳤지만 실질적인 성과 없이 허울 좋은 구호에 그쳤던 것과 달리 판매제휴·라이센스 계약·지분투자 등 후속 지원 및 협력방안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메드트로닉코리아 비즈니스 개발 및 전략 총괄 김동우 상무는 기자와의 단독인터뷰에서 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 한국 개최 배경과 그 의미를 설명했다.
더불어 국내 의료기기업체들과의 파트너링 상담회 진행과정과 향후 해외진출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상세히 소개했다.
김동우 상무는 “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의 첫 번째 개최지로 한국을 선정한 것은 현실적인 이유와 배경적인 요인이 있다”며 “현실적인 이유는 메드트로닉 아·태지역 본부가 한국을 혁신과 신뢰성 모두를 가지고 있는 마켓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 수요처시장에 불과하고 아이디어 신뢰성을 확보하지 못한 일부 아·태지역 국가와 달리 한국시장은 혁신과 신뢰성 모두를 인정받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배경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2012년부터 5년간 메드트로닉 그레이터 차이나(Medtronic Greater China·대만 홍콩 마카오를 아우르는 중국법인)를 맡다 메드트로닉 아·태지역본부 총괄로 자리를 옮긴 이희열 대표가 중국시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 개최를 적극 제안한 것.
김 상무는 “이희열 총괄 대표는 아직까지 한국 의료기기의 중국시장 진출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며 “더불어 한국 의료기기를 중국을 비롯한 아·태지역에 소개하고 진출시키면 좋겠다는 필요성이 있었다”고 배경적인 이유를 부연했다.
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의 핵심은 혁신적인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영세한 규모와 RA(Regulatory Affairs) 등 전문인력 부족과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을 발굴해 해외진출을 지원하는데 있다.
김동우 상무는 한국 업체들이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규모의 영세함’에서 가장 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임상과 해외 인·허가를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경험이 풍부한 인력도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규모가 영세한 업체로서는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해외 판매망 확보가 쉽지 않은 점도 한국 업체들의 해외진출 장벽으로 작용한다.
김 상무는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은 보통 식약처 품목허가를 완료한 후 해외진출을 추진하거나 인·허가를 진행한다”며 “하지만 규모가 영세하다보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에서 여러 판매망이나 인·허가를 지원할 수 있는 믿을만한 현지파트너를 찾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만 보더라도 한국 업체가 중국시장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총판 확보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급하게 현지파트너를 찾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 메드트로닉의 한국 의료기기업체 해외진출 지원 복안은 무엇일까.
그 답은 오는 29일 열리는 파트너링 상담회에서 찾을 수 있다.
메드트로닉은 앞서 ▲심장 ▲당뇨 ▲척추·신경 ▲일반외과 등 4개 분야 관련 파트너링 상담회에 참여할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신청접수를 지난 7월 5일까지 받았다.
이 결과 총 72개 업체가 신청을 했고 메드트로닉코리아·메드트로닉 아·태지역 및 중국본부가 함께 약 1개월간 리뷰를 통해 파트너링 상담회에서 기술·제품 설명회를 진행할 최종 업체를 선정했다.
김동우 상무는 “파트너링 상담회 참여기준을 타이트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많은 72개 업체가 신청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당초 파트너링 상담회에 참여할 업체 수를 최소 10곳으로 계획했지만 최종적으로 12~15개 업체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들 12~15개 업체는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을까. 김 상무에 따르면, 총 4가지 포인트에 주안점을 뒀다.
첫째 메드트로닉의 사업영역인 ▲심장 ▲당뇨 ▲척추·신경 ▲일반외과 관련 의료기기(치료재료)와 일치 또는 교차하는지를 최우선 평가 순위에 올렸다.
둘째 시장 수요는 있지만 메드트로닉이 제품을 갖고 있지 않은 ‘Product Gap’을 채워줄 수 있는 제품인지를 따졌다.
셋째 제품의 혁신성이 있는지, 또는 혁신적이진 않지만 원가가 매력적인, 즉 탁월한 ‘비용경제성’이 있는지를 고려했다.
넷째 메드트로닉이 지원 가능한 해외진출 지역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평가했다.
김동우 상무는 “파트너링 상담회를 통한 해외진출 지원은 우선 중국을 비롯한 아·태지역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일부 참가신청 업체들은 미국 유럽시장 진출만을 희망하는 곳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미국 유럽도 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지만 이번에는 중국과 아·태지역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를 최우선 순위에 뒀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파트너링 상담회 최종 참가업체 상당수가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수십 곳에 달하는 아·태국가보다 거대 중국시장 진출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메드트로닉과 국내 의료기기업체 간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많은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는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아시아·태평양시장 진출 지원과 협력에 그 목적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파트너링 상담회 최종 참가업체들의 해외진출 니즈가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다.
중국 의료기기시장은 날로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CFDA 인허가와 고가의 심사비는 물론 자국 의료기기 사용 정책에 따라 점점 ‘외산 의료기기의 무덤’으로 변모하고 있다.
메드트로닉은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업체들에게 어떠한 현실적인 지원이 가능할까.
CT·MRI와 같은 진단영상장비는 물론 치료재료까지 중국 로컬기업들의 기술력이 다국적기업들을 빠르게 쫓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메드트로닉은 나름의 중국시장 공략 노하우와 인프라를 갖고 있을까.
김 상무는 이 점에 대해 근거 있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90년대 중국시장에 진출한 메드트로닉은 중국 내 다국적 메디컬 디바이스기업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메드트로닉 그레이터 차이나는 외국계 현지법인이지만 인·허가에 강점이 있다”며 “메드트로닉 중국법인은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한 RA 전담 인력만 100명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덧붙여 “메드트로닉은 중국 내 생산시설·연구개발(R&D)센터도 함께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동우 상무의 말을 종합해보면 메드트로닉은 고도의 전문성을 확보한 RA 인력, 중국 제품과 동등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생산시설, 중국 현지화에 부합하는 제품 연구개발까지 한국 업체의 중국 진출을 다각도로 지원할 수 있는 탄탄한 현지 인프라를 갖췄다.
그는 “한국 의료기기업체들은 메드트로닉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시장 진출 시 난관 중 하나인 인·허가 문제를 해결하고, 중국시장 규제에 맞추기 위한 현지 생산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며 “메드트로닉은 단순히 구호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드트로닉은 중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아·태평양시장 진출에 필요한 ‘인허가·생산시설·연구개발’ 삼박자를 갖춘 탄탄한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오는 29일 파트너링 상담회에서 최종 선정된 업체들은 향후 어떠한 과정을 거쳐 메드트로닉과의 실질적인 협력이 이뤄질까.
나아가 해당 업체와 메드트로닉 간 해외시장 판매를 위한 구체적인 계약형태는 무엇일까.
그는 “29일 파트너링 상담회 1단계 리뷰를 통해 최종 선정된 업체들은 2단계로 팔로 업 미팅 (second review)을 가지게 된다”며 “이때는 주로 임상 및 논문, 의료진 사용경험 등 임상근거를 주로 보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3단계에서는 포괄적으로 계약조건을 협의하고, 양사가 합의하면 실사(due diligence)를 통해 업체 평가를 진행하고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본 계약에 들어간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김 상무가 밝힌 본 계약은 크게 3가지 형태가 가능하다.
우선 메드트로닉이 한국 업체와 단순 ‘판매제휴’(Distribution Deal)를 맺고 판매망을 활용해 제품을 판매해주는 일종의 대리점 또는 딜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좀 더 상위 개념의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라이센스 계약은 단순 판매제휴보다 좀 더 제품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는 것으로 양사 합의하에 메드트로닉 브랜드를 붙여 제품 판매도 가능하다.
메드트로닉은 판매제휴·라이센스 계약과 연계해 지분투자 형식의 협력 또한 고려하고 있다.
김동우 상무는 “지분투자는 필수 및 의무사항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다만 메드트로닉과 협력하게 되면 해외시장 판매에 따른 급격한 생산량 증가로 국내 생산시설을 증설해야하기 때문에 투자비용이 필요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파트너인 한국 업체에 대출을 받거나 VC(Venture Capital·벤처금융) 펀딩을 받으라고 제안하기보다는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메드트로닉이 일부 지분투자를 하는 협력방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메드트로닉은 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를 통해 ‘한국적 오픈 이노베이션’ 해법을 찾기 위한 실험과 도전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은 한국 의료기기업체·국내 의료기기산업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메드트로닉 또한 혁신적인 제품을 판매해 매출 증대 기회를 확보하는데 있다.
김 상무는 “의료기기는 임상이나 인허가 초기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한국 업체들은 제품을 개발하고도 투자비용을 회수하지 못해 도산하거나 후속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산 의료기기가 적절한 대우를 받고 해외시장에 진출한다면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될 것”이라며 “메드트로닉은 국내 의료기기업체와 관련 산업 선순환구조 발판을 마련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메드트로닉 또한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국산 의료기기를 중국 및 아·태지역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장기적으로 매출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드트로닉코리아 비즈니스 개발 및 전략 총괄 김동우 상무는 국내 업체들에게 해외진출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비교적 진입이 수월한 동남아 중동 남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제는 중국·인도 업체들의 기술력이 많이 올라온 만큼 이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더 이상 쉬운 마켓에 안주하기보다는 경쟁력을 키우고 매출을 현실화해 제품 기술력을 높여 중국 일본과 같은 아시아·태평양시장에서 검증받아 좀 더 유리한 조건에서 북미 유럽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메드트로닉 아시아 혁신 컨퍼런스는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