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업체들이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비율을 낮추면서 실적 악화 딜레마에 빠졌다.
그간 '자산'으로 처리, 실적 포장이 가능했던 연구개발비가 '비용'으로 바뀌면서 영업이익·순이익 감소에 시달리게 됐지만, 불확실성 해소와 업계 신뢰 회복은 긍정 요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연구개발비의 자산화율이 높았던 업체와 자사화율 요건을 변경한 주요 제약·바이오업체의 실적 동향을 분석한 결과 대체로 순이익 증가율에서 적자 확대와 적자 전환 등 부정적 시그널이 포착됐다.
올해 4월 금융감독원이 바이오 업체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비율에 대한 감리를 진행한 바 있다.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면 소요된 비용이 매출로 인식돼 실적이 좋아지지만 비용으로 처리하는 경우 그 반대가 된다.
자산화율 처리 방식에 따라 고무줄 실적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업체들도 자산화 원칙 변경과 연구개발비 자산화 비율 조정에 나섰다.
실제로 2017년 대비 올해 1분기 자산화율을 낮춘 업체들은 오스코텍(157%→56.2%), 삼천당제약(74.1%→44.3%), 씨젠(73.5%→49.8%), 애니젠(89.1%→66.4%), CMG제약(47.4%→39.4%) 등 몸사리기가 진행됐다.
문제는 그간 자산으로 집계된 연구개발비가 비용을 바뀌면서 영업이익 증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것. 특히 자산화율이 높았던 업체들과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2분기 실적 악화가 가시화됐다.
씨젠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액 19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2.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작년 34억원 대비 급감(-44.2%)했다.
애니젠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애니젠은 작년 2분기 13억 4400만원 매출에서 올해 2분기 7억 3500만원으로, 같은 기간 매출총이익은 8억 3천만원에서 2억 7200만원으로, 순이익은 4억 3800만원에서 15억 59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액 증가율은 45.3% 감소했고 발표영업과 순이익 증가율 모두 적자로 전환됐다.
작년 26.7%의 자산화율을 올해 1분기 16.3%로 줄인 바이오니아 역시 실적 악화를 피해가지 못했다.
바이오니아의 매출은 작년 2분기 54억원에서 올해 2분기 56억원으로 상승했지만 영업이익은 21억원 적자에서 40억원 적자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17억원 적자에서 20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확대 폭을 키웠다.
메디포스트는 2분기 개발비의 자산화 요건을 강화했다.
메디포스트는 임상3상 이후에 발생한 지출 중 정부승인의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 만을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그 이전 단계 지출은 비용으로 처리하기로 하면서 반기재무제표를 재작성했다.
이에 따라 메디포스트의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 5억 4500만원에서 올해 2분기 7억 7700만원 적자, 반기순이익은 15억 8100만원에서 8억 6400만원 반토막이 났다.
실적이 악화됐지만 감리 지속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는 긍정적으로 판단된다.
P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제품 매출이 없는 연구개발업체에서 마이너스 실적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며 "엄격한 자산화율 요건을 통해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는 것이 오히려 실적 부풀리기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자산화율 논란은 한번은 겪어야만 했던 문제였고, 이를 계기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며 "성장통을 통해 바이오업체들간 기술력이 있고 비전이 있는지 옥석이 가려질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