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트라우마'(trauma)다. 드라마에서 부유한 사모님들이 자식 때문에 충격을 받으면 종종 쓴다. ”나 트라우마 생기겠어.”
트라우마는 외부의 물리적 해나 충격으로 인해 발생한 생물학적 손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말의 본래 의미에는 정신적인 충격을 암시하는 바가 없다. 외부 사건 사고로 정신적인 충격을 입은 상태를 말하는 '정신적 트라우마' 라는 말이 널리 쓰이면서 어느 순간부터 앞의 '정신적 '은 빠지고 트라우마가 '정신적인 충격'을 의미하는 단어처럼 쓰인다.
트라우마는 '외상'이라는 의미이다. 재건수술의 시작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전쟁과 신체적 형벌이 일상적이던 시절에는 거리에 얼굴에 흉터가 많고 코나 귀가 없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 날의 트라우마 환자들은 교통사고 환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외에 산업재해 손상이나 추락 사고 역시 트라우마로 병원에 내원한다. 총기 소지가 허용된 미국은 총기 트라우마도 제법 많다고 한다.
종합병원은 외상센터를 따로 운영하는 경우가 잦다. 외상 환자의 진료가 응급의학과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여러 과의 협조가 빠를수록 환자의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환자가 간파열이나 복부 손상이 있을 시 바로 수술 가능한 외과가 필요하고, 뼈가 부러지는 경우에는 정형외과가 필수적이다. 뇌를 다쳐 뇌출혈이 있을 경우 신경외과의 협진이 필요하고 환자의 생명이 위급할 시 심폐소생술이 체계적인 응급의학과의 활약도 필수적이다.
때에 따라 응급 시설이 부족하면 바로 중환자실 입원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이런 외상센터가 따로 협조, 운영하는 이득 중 하나다. 하지만 외상 팀에서 성형외과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일반인에게나 의사들에게나 부족하다.
우리의 내부 장기가 온전하게 작동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감싸는 든든한 피부와 근육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같은 의사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생명을 살려주면 됐지 무슨 상처 덧난 거 가지고 난리법석이냐고 하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환자는 덧난 상처 때문에 샤워도 못하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등 일상생활이 힘들어 고생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내부 장기는 수술이 잘 되었어도 수술 부위 상처가 제대로 낫지 않아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부러진 뼈를 곧게 정복해서 고정해도 뼈가 그대로 노출되면 골수염의 위험이 크다. 골수염이 발생하면 고정한 뼈도 부식될 수 있고 상처가 제대로 덮이지 않아 고름이 고이는 경우도 있다.
뼈나 주요 혈관, 신경, 관절이 노출되는 경우에는 건강하고 튼튼한 조직으로 이식수술을 해줘야 감염도 막을 수 있고 상처도 빨리 낫는다. 외상 환자에게 다시금 건강한 피부 장벽을 갖추게 하는 것이 성형외과 의사의 일이다.
팔 다리가 부러지면 정형외과 진료가 필요하듯 얼굴뼈에 골절이 생기면 성형외과 수술이 필요하다. 친구와 다툼으로 코뼈가 부러지거나 야구를 하다가 눈에 공을 맞아 안구골절이 생기기도 한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면서 광대뼈가 부러지고 턱을 찧으면서 턱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
얼굴뼈 골절은 골절만으로 응급을 요하지는 않는다. 행여 안구나 두개골 혹은 뇌 손상이 있거나 기도 확보가 어려울 정도로 심한 손 상이 있지 않고서는 대개 2주정도 기다린다. 다친 상태에서는 붓기가 심해서 정확한 진단도 어렵고 수술 시 시야 확보도 어렵다.
붓기가 가라앉은 상태에서 왼쪽 오른쪽을 대칭적으로 비교해보고 부러진 부위가 얼만큼 꺼져 있는지 충격받은 감각 신경이 얼만큼 돌아왔는지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얼굴뼈 골절 수술은 기능 회복도 중요하지만 미용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코뼈가 부러지면서 휘어진 코를 다시 올곧게 잡아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누군가 다쳤다. 트라우마가 발생했을 때 생명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것이 끝이 아니다.
사고에서 살아 남았지만 재발하는 상처로 고통받고 일상생활에 장애가 있으면 치료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그 치료가 깔끔하게 마무리 될 수 있게 첫 진단에서 마무리 조형까지, 성형외과의 역할이 과소평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본문에 나오는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동의를 통해 그의 저서 '성형외과 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