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좇는 병원' '진료 로딩 극심한 의사' '빨리 치료받으려는 환자' 삼박자에 편법 양산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8-08-29 06: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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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비의사 초음파 검사 이대로 괜찮나
최근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과정에서 의료계 관행으로 자리잡은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복지부가 의사가 실시하는 검사에 한해 급여로 적용할 방침을 정하자 방사선사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방사선사에 의한 검사도 급여로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의사의 실시간 지도감독하에'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의료 현장의 비의사의 초음파검사 실태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상> A 대형 대학병원의 심초음파 검사실 현장
<중> 비의사 초음파검사 혼란만 키우는 정부
<하> 초음파검사 관행 재점검이 필요하다
초음파 특히 심장 초음파검사까지 의사가 직접 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일선 대학병원에서 간호사에 의한 검사는 생각치도 못했다.
심초음파 검사는 언제부터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나 간호사로 넘어가게 된 것일까.
의료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90년대 중후반쯤 심초음파 건수의 급증이 검사의 주체를 바꾸는데 크게 작용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90년 초반까지만 해도 순환기내과 교수가 직접 검사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의료기사 등 비의사에게 넘어갔다"면서 "그 시점은 심초음파 검사가 급증하기 시작한 90년대말부터였다"고 했다.
또 다른 내과 교수는 "90년대 중후반, 전국의 대학병원이 규모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환자가 증가했고 이는 곧 검사 및 시술의 폭발적인 증가로 이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순환기내과 교수들은 시술에 집중하면서 검사는 간호사 및 의료기사 등 비의사에게 양보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병원 경영진들은 무리한 규모 확장에 대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환자 진료를 요구하면서 지금의 시스템이 굳어진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해 급증하는 검사량을 감당할 수 없는 의료진과 경영적으로 수익을 쫒을 수 밖에 없는 병원, 최대한 빨리 치료받기를 원하는 환자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굳어지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로 최근 임상시험 건수의 급증으로 초음파 검사 건수가 동반 상승하면서 더욱 순환기내과 교수가 직접 검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빅5병원 모 교수는 "최근 대형 대학병원 순환기내과에서는 임상시험이 급증하면서 이에 초음파 검사가 필요해 검사 로딩이 극심한 것으로 안다"며 "그렇지 않아도 밀려드는 환자에 임상시험까지 겹치면서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 무한대로 교수를 늘릴 수도 없고 수익적인 측면을 고려해 쉽게 의료기사를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 식"이라며 "공간도 의사인력도 제한적인데 환자의 의료이용량은 OECD국가 평균 대비 3배 이상 높다보니 나타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초음파 장비 업체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초음파 장비업체들은 수시로 연수강좌를 열어 기술자를 양성하고 있다"며 "의사만으로는 시장이 제한적인 만큼 그 영역을 의료기사까지 확대, 꾸준히 교육을 통해 잠재적 시장을 키우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 급증은 환자의 정확한 진단 목적이 아닌 수익적인 배경이 깔려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심초음파 검사는 이대로 괜찮을 것일까. 일선 의료진들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임상초음파학회 한 임원은 "이는 저수가의 문제로 봐선 안 된다. 병원은 수익을 내고 의사는 인센티브에 눈이 멀어 진료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간호사 등 비의사를 초음파 검사실로 돌리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순환기내과가 특히 비의사의 초음파검사 비율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의사들 내부에서 '심장내과 의사들은 너무 심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도덕성 논란이 제기되는 만큼 단순히 환자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는 것 이외 달리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설 자리가 없다"는 젊은 의사들의 우려는 심각한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공의 A씨는 "내과 전공의 4년차가 되서 순환기내과로 세부전문의를 받겠다고 해도 심초음파 검사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사실상 간호사로 돌아가고 있는 실정이라 심초음파 검사에 대해 수련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그는 "젊은 의사들이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현실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며 "결국 전공의 시절에 배우지 못해 펠로우 과정을 밟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의사를 양성하는 사회적 비용만 높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순환기내과 내부에서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한심장학회 한 임원은 "학회 차원에서도 간호사 등 비의사의 초음파 검사가 너무 만연해지면 의사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심장초음파를 실시하는 의료기사의 자격증 프로그램 등 양성화 과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