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각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영리법인 의료기관 개설 허용에 관한 찬반 논란이 한 토론회에서 벌어져 학계와 정부 등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6일 서울대병원 암연구센터에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영리의료법인제 도입과 관련된 쟁점’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는 관련 학계와 정부 대표 등이 나와 격론을 벌였다.
이들은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부터 시기상조론, 신중론, 불가론 등 다양한 영역의 의견을 제시해 영리법인 도입이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논쟁거리임을 반증했다.
발제를 맡은 인제대학교 이기효 교수는 공공의료강화, 비영리법인 지원과 감독, 반사회적 시장행동의 적절한 감독과 규제가 이루어지는 것을 전제, 혹은 병행해 영리법인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기효 교수는 “영리법인을 도입하더라도 현행법상이나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모든 의료기관이 영리법인화 되지 않을 것이며 영리법인일지라 하더라도 수가나, 의료법상 동일한 규제를 받기 때문에 극단적 이익추구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시장의 순기능이 적절히 의료에 도입될 것이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연세대 정형선 교수는 “영립법인 도입 문제는 전체의료체계를 재구성하는 문제로 큰 시각에서 봐야 한다”며 “이기효 교수가 전제한 3가지 요건이 완벽하게 충족하기 어려운만큼 지금의 비영리법인이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현오 변호사는 “영리법인 도입은 국민의 건강권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헌법 정신에 위배돼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정보의 비대칭성, 평등을 강조하는 국민의 법 감정을 볼 때 허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경련 순훈정 연구원은 “의료의 공공적 측면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의료가 가지는 고부가치성과 신규채용여력 등으로 볼때 일부 과도한 규제를 줄이고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찬성입장을 밝혔다.
순훈정 연구원은 “초기부터 주식회사형 영리법인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며 전문직 의료법인 형태의 시도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병원경영연구원 송건용 연구위원은 “영리법인 논의는 18년전부터 있어왔으며 이미 종결된 논의아니냐”며 “찬반 논란이 나닌 구체적 논의 단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영리법인 도입을 기정사실화 했다. 송 연구위원은 “병원협회의 입장은 영리법인을 허용하면서 민간부문 구조조정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공단 이평수 상무는 “영리법인 도입으로 인한 장점들이 개별 의료기관이 아닌 국가 전체에 이익이 되는지 살펴야 한다”며 “의료의 독점성을 부여받은 의료기관이 영리법인 도입을 통해 모든 규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도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보건복지부 강민규 서기관이 참석해 정부의 영리법인 허용과 관련한 복지부의 입장을 밝혔다.
강 서기관은 “한국은 의료의 효율성, 고품질을 추구하는 산업적 측면과 형평성, 공공성을 강조하는 보장성 강화 측면이 혼재돼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 어정쩡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일각에서는 영리법인 도입 이야기가 나오지만 복지부는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지금은 영리법인 허용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검토하는 단계이며 다각적으로 신중하게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