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군병원 등이 대리수술 파문으로 홍역을 앓으면서 대학병원들도 집안 단속에 나서는 모습이다.
혹여 모를 구설수에 대비해 조금 더 고삐를 죄고 있는 것.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아예 집도의 수술에 대한 모니터링까지 시작하고 있다.
A대학병원 보직자는 지난 11일 "10월부터 각 진료과장들에게 집도의 직접 수술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며 "주의 환기의 의미로 수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원 당시부터 우리 병원은 교수가 직접 집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이를 지켜왔다"며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며 자체적으로 한번 뒤돌아보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A대병원은 수술 시작과 끝 시간을 기준으로 교수가 언제부터 어디까지 수술을 집도했는지를 자율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진료과목별로, 수술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우선 각 과별로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책임감을 높여보자는 취지다.
이렇듯 대리수술 파문으로 집도의 직접 수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상당수 교수들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비정상적인 의료체계로 인해 왜곡됐던 부분들을 언젠가는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 특정 교수가 1000건이 넘는 수술을 집도하는 현실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B대병원 임상 교수는 "사실 진료팀도 아닌 한 교수가 1년에 수백건을 넘어 1000건, 1500건 집도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누구나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치 신화처럼 바라봤던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대학병원 교수가 많아야 일주일에 2~3번 수술을 할 수 있는데 1000건을 집도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대리수술을 인정하는 꼴"이라며 "이러한 비정상적인 부분들부터 바로 잡아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렇게 수술을 담당해 왔던 의사들도 마찬가지 의견을 내고 있다. 교수 한명이 진료 과목과 병원을 지탱하며 나가야 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얼마전 연간 1000건이 넘는 수술건수 달성을 이뤄낸 C교수는 "사실 병원에서 이를 홍보한다고 했을때 결사적으로 말렸다"며 "세계에 유례없는 임상 성과라고 홍보를 했는데 당연히 유례가 없을수 밖에 없는 부끄러운 실적"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하지만 병원에는 스타가 있어야 하고 그 교수가 환자를 몰아서 나눠줘야 과와 병원이 굴러가는 구조니 만큼 내가 십자가를 맨다고 생각하고 버텼다"며 "이러한 사람이 계속해서 나와야 한다면 너무나 슬픈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일각에서는 수련을 빙자한 편법 대리수술도 이번 기회에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정한 수련을 위해서는 수련 의사와 환자에게 이를 고지하고 고지한 만큼에 대해서만 수술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C교수는 "교수 한명이 수술방 여러개를 열어놓는 것부터가 이미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련을 빙자해 전임의와 전공의들을 공장 노동자처럼 부려먹는 것부터가 개선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명확하게 수련 의사가 맡을 역할을 설정하고 환자에게도 이를 명확하게 고지하는 것이 불미스러운 일을 막는 첫번째 단계"라며 "집도의로 이름을 올렸다면 수련 의사의 참여와 관계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수술을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