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으로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한 제약업체들이 하반기 공채 시즌에서도 이같은 방식을 유지하면서 블라인드 방식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형 제약업체를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 방식 도입이 확산되면서 블라인드가 보편적인 채용 제도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도 이어진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 방식 도입 1년을 맞으면서 이와 유사한 채용 방식을 도입하려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현재 동아에스티와 종근당, 대웅제약, 녹십자, 한미약품, CJ헬스케어 등이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
학력과 성별, 나이, 출신지, 토익 시험 점수, 자격증 유무 등 수치로 환원되는 '스펙' 대신 블라인드 채용은 인턴사원 제도를 통해 업무 적합성을 우선으로 향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블라인드 채용의 장점으로는 순수한 능력과 열의, 업무 적합성에 따른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는 점.
반대로 대학 전공과 직무와 관련한 경험, 자격증 등의 관련성을 밝힐 수 없게 되면서 실제 적합한 인재가 깜깜이 채용으로 역차별을 받게 된다는 논란도 있다.
블라인드 채용 제도 도입 1년을 맞는 업체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A제약사 인사팀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 도입 1년이 지났고 이를 유지할 것이다"며 "제도 도입의 제대로 된 평가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이와 성별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은 보지 않는다"며 "인재를 평가할 잣대가 없기 때문에 면접을 통해 심층적으로 파악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블라인드 방식은 적합한 인재를 선별하고 추리는 과정이 힘들다"며 "과거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을 사람들도 인턴 과정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어필할 기회를 얻게 되면서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되도록 오래할 사람을 뽑으려고 하기 때문에 업무 적합성과 열정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채용되는 것은 회사와 개인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게 인사팀의 설명.
A제약사 관계자는 "실제로 교육의 상향 평준화로 능력은 대동소이하다"며 "회사에서는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블라인드 채용은 그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설명했다.
B제약사 관계자는 '영업' 직군의 경우 블라인드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원자의 업무 외적인 정보를 알고 있는 것이 도리어 독이 될 때가 있다"며 "특히 영업과 같이 개인의 능력과 창의력이 중요시되는 직군에서는 블라인드 방식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펙이 드러나면 도리어 편견이 작용해 적합한 인재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기업 인사팀 입장에서는 퇴직 비율보다는 채용 후 관련 직군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로 성공적인 채용 여부를 판단한다"고 귀띔했다.
이어 "블라인드 제도로 채용된 영업사원들이 성과가 더 뛰어난 경우가 많았다"며 "물론 생산직이나 연구직 이런 곳에 천편일률적으로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할 순 없지만 적어도 블라인드 방식이 더 적합한 직군이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2016년 블라인드 면접 제도를 도입한 C제약사 역시 긍정론이다.
C제약사 관계자는 "블라인드 면접은 실제 지원자가 가진 성장 잠재력, 역량을 평가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며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많아 이런 블라인드 면접을 유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블라인드 제도가 확산되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는 업체들도 생기고 있다.
D제약업체 관계자는 "현재 타 제약사의 블라인드 도입 전후와 관련해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다"며 "본사 역시 제도 도입의 취지에 공감하고 조만간 그런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토익 점수나 학점은 지원자들을 추리기 위한 구실에 불과할 뿐 사실 일정 기준을 넘은 인재들의 능력은 대동소이하다"며 "인사팀을 통해 장단점을 종합해 업무 전체 직군에 적용할지, 일부 직군에 적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