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지능화 제조공정 도입 심포지엄 개최…3D 프린터 활용 의약품 생산, 모양·크기로 방출 제어 가능
최선 기자
기사입력: 2018-11-09 06: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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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의약품을 출력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 모른다.
3D 프린터의 적층 기술이 기존 공정에서 어려웠던 방출 특성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등 환자별 맞춤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의약품 출력'이 대안으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8일 노보텔 앰베서더 동대문 호텔에서는 '4차 산업혁명 대비 의약품 지능화제조공정 도입을 위한 심포지엄'이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주최로 개최됐다.
원광대 약학대학 신소영 교수는 '3D 프린팅 제조 의약품 개발 전략' 소개를 통해 의약품 생산에서의 3D프린팅 접목 사례와 향후 전망을 제시했다.
신 교수는 "3D 프린터로 약을 만드는 것의 잠재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는 기존과 달리 재료를 층층이 쌓아올려 만드는 프린터의 적층 방식이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량생산과 달리 3D프린터는 다품종 소량생산과 같이 개인별 맞춤 생산에 적합하다"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고 프린터만 있으면 생산 장소에 구애도 별로 없다"고 강조했다.
금형없이도 복잡한 구조의 제품을 손쉽게 시생산할 수 있는 프린팅의 장점이 의약품 개발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는 게 신 교수의 판단.
신소영 교수는 "3D프린터를 이용하면 환자 개인별로 성분 함량을 달리하거나 여러 의약품을 복합할 수 있다"며 "환자가 있는 곳 어디에서든 의약품 제조가 가능해 재고 관리도 쉽고 이를 통해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의약품 개발에 있어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복잡한 구조를 가진 의약품 생산이 프린팅 방식을 통해 시도되고 있다"며 "가장 큰 장점은 방출 특성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의약품의 생산 가능성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구용 고형 제제 생산은 API(원료의약품)에 첨가제를 혼입해 건조하고 타정 후 코팅하는 단계를 거친다. 쉽게 말해 현재 의약품은 반죽 후 찍어내는 방식으로 요약된다. 대량생산이 용이해 100만정 단위를 고속으로 찍어낼 수 있다.
반면 3D프린터는 약물 필라멘트를 가열된 노즐을 통해 용해 및 분사한다. 필라멘트가 적층돼 정제가 완성되는 구조다.
신소영 교수는 "의약품 프린팅은 최근 몇 년 간 급속히 관심도가 높아지며 연구 성과가 쌓이고 있다"며 "2013년 관련 연구 논문 5건 미만이었지만 2016년에는 30여 건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의약품 프린팅은 방출제형 특성에 따라 경구형 속방정, 일방 방출제제, 서방출 제제, 폴리필, 위장관 특정 부위 타게팅한 제제 등으로 나뉜다"며 "이미 구강형 속붕해정 분야에서는 2015년 8월 스프리탐(Spritam)이 최초의 3D 프린팅 약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프리탐은 의약품 분말을 적층으로 쌓은 다공성 제제로 입안에서 몇 초만에 다 녹아버린다"며 "3D프린터 이용함으로써 기존 속붕해정 대비 맛과 1000mg까지 성분 함량 늘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의약품 프린팅이 잠재력은 필라멘트에 포함되는 약물 성분의 밀도/형태를 통해 방출 제어를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신소영 교수는 "약물필라멘트의 성분 함량 밀도(Infill)를 10~90%까지 바꾸는 것만으로 약물 용출 속도를 바꿀 수 있다"며 "밀도를 높이면 성분 방출이 느려지고 낮추면 방출이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성분을 피라미드, 도넛, 원기둥, 정사각형 등으로 바꿔 입자의 표면적을 달리할 수 있다"며 "이때에도 정제 모양과 크기 변경만으로 방출을 제어하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외 성분이 다른 약물을 다층 구조로 만들거나 특정 성분을 감싸는 폴리필 구조, 위장관에 부유하는 플로팅 구조 모두 적층 방식을 활용해 구현됐다.
국내에서는 기존 약물에 캡슐형 용기 씌우는 것만으로 방출 제어를 변경하는 실험이 진행중이다.
신 교수는 "시제품 약물에 캡슐 형태의 용기를 프린팅해 씌우고, 이를 통해 방출 제어 기능을 부여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캡슐 디바이스에 에어포켓을 만들어 위장관에서 뜬 상태로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에스티의 스티렌 투엑스는 특허 출원한 플로팅(Floating) 기술을 적용했다. 복용 약물이 위 속에 오랜 시간 머물러 약효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어 복용 횟수를 하루 세 번에서 하루 두 번으로 줄이는 핵심 기술이다.
스티렌 등 기존 의약품이 약물 성분과 성상, 제형으로 플로팅을 구현하는 대신 3D 프린터는 특정 모양/밀도로 출력하는 것만으로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 교수는 "기존의 플로팅 약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유력이 떨어지지만 우리가 개발중인 캡슐은 회오리를 만들어도 부유력이 감소하지 않는다"며 "환자별 커스터마이징, 다원화 요구에 따라 의약품 프린팅 기술은 점차 보편화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