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 창 밖으로 비슷한 시골 풍경이 반복되자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후쿠오카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산과 들판이 자주 보이더니 완연한 시골 풍경으로 바뀌면서 유후인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었다.
유후인 버스 정류장은 기차역과 나란히 있었는데, 기차역에서 고즈넉하면서도 운치 있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비가 채 개이지 않을 때라 그런지 온 마을에 물안개가 내려앉아 있었다. 높은 건물들이 즐비한 후쿠오카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메인 거리에 들어서기 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말처럼 상권화된 번잡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짐이 있었기 때문에 배가 고프기도 하고 체크인 시간이 안 되었기도 하지만 숙소에 미리 가서 짐만 먼저 두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지도를 보니 역에서부터 길게 나 있는 길을 그대로 따라 가면 한 켠에서 쉽게 숙소를 찾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고, 찬찬히 주변을 둘러 보면서 숙소로 향했다.
거리에는 소소하게 운영하고 있는 상점들이 많았는데, 주로 치즈 케잌이나 푸딩, 소프트 아이스크림, 롤케잌 같이 질감이 부드러운 디저트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은 특히 학용품이나 음식에 있어서 정교하고 세밀한 작업에 능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래서 갖가지 재료들을 체에 곱게 거르는 등의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 엄청나게 부드러운 맛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일본 특유의 감미로운 디저트들을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통해 방문을 하게 되고, 특히 내가 방문한 유후인 역시도 관광객들의 수요에 맞춰 유사한 가게들이 이곳 저곳 생겨 나면서 유후인 특유의 한가로운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상점들을 몇 번 지나고 나니 지도상으로 숙소 바로 옆에 있다는 롤케이크 집이 보였다.
꽤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옆으로 나 있는 골목길로 들어가니 바로 숙소가 나왔다.
가정집을 개조한 것 같이 보였는데, 안에 들어가니 주인분이 계시지 않아서 거실에 짐을 두고 곧바로 나왔다.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오늘 내로 비가 한 번쯤 더 내릴 것 같아서 가벼운 우산만 하나 챙겨 점심 식사할 곳을 찾아 나섰다.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인기 식당보다는 유후인의 한가롭고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조용한 식당을 가고 싶었는데, 마을 탐방 겸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니 한옥처럼 생긴 두부요리 집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메뉴판이 온통 일본어라 정확히 어떤 메뉴들을 파는지 감이 잘 오지는 않았지만, 몇몇 메뉴는 그림으로나마 설명이 되어 있는데다가 분위기가 너무 좋아 보여서 이끌려 들어갔다.
아직 이른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고, 내부에는 여러 개의 방으로 구획이 나눠져 있어서 예상대로 조용하게 식사할 수 있는 구조였다.
역시나 한국어, 영어는 전혀 통하지 않았기에 일본어 사전을 동원해 대충 메뉴를 파악하여 주문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두부를 이용한 요리라면 어떤 것이든 괜찮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다.
사람이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빨리 음식이 나왔고, 손짓을 이용해 일본인 종업원이 메뉴에 대해 설명해 주었으나 역시나 알아듣지 못했다.
이게 모두 두부를 기반한 요리라는 것이 신기할 만큼 다양한 음식들이 나왔다. 약간 차갑게 해서 생두부 자체로 먹는 요리, 따뜻하게 데워 다진 소고기를 볶아 함께 곁들여 먹는 요리, 두부를 넣어 말갛게 끓여낸 국, 두부를 만들 때 생겨나는 얇은 막인 유바를 이용한 요리 등등 그 다채로움에 놀랐다.
특히 유바는 말캉한 식감이 낯설게 느껴지긴 했으나 모든 음식이 건강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라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