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곳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좁은 골목길 안으로 한참 들어왔기 때문에, 간식을 먹기 위해서는 처음 유후인에 도착했을 때 마주했던 큰 길가로 다시 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온 길을 따라 다시 돌아가면서 골목 사이사이에 있는 집들, 나무들을 구경하였다. 조금씩 사람들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상점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길에 이 곳 동네의 지리를 살펴보니 필자가 묵을 숙소가 한적하면서도 관광지에 밀접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보통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간식은 고로케였는데, 대회에서 수상 경력도 있는 탓에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러나 식사를 방금 전에 한 탓에 고로케 같이 기름 지고 무거운 간식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조금 더 걷다 보니 포슬 포슬하고 부드러운 식감의 롤케이크 집이 보인다. 그런데 이 역시도 후기가 갈리는 데다 작은 사이즈로는 팔지 않는다고 하여 부담이 돼 그냥 지나쳤다.
무언가 달짝지근한 것이 먹고 싶은데 이거다 싶을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치즈케익, 푸딩, 과자 등등 지역 특산물도 몇 가지 보인다. 그러던 중 ‘아! 저거다!’ 생각이 드는 간식이 등장했다. 바로 녹차 아이스크림이다.
일본은 녹차, 마차 그리고 이를 이용한 음식들이 많은데, 무작정 달기만한 녹차맛이 아니라 약간은 쌉싸름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오묘한 맛으로 관광객들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소프트 아이스크림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까지 더해지니 지금 이순간 후식으로 딱 좋은 간식임에 틀림없다.
진짜 녹차 원료를 재료로 한 탓에 가격은 그리 착하지 않았지만, 한 입 먹어보고 나니 지불한 돈이 그리 아깝지 않은 맛이다. 기대한 바 대로 약간의 쓴 맛과 단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매력적인 맛이었다.
만족스러운 디저트 하나에 몸과 마음이 가뿐해졌다. 신이 나기도 하고, 약간은 흐린 날씨였지만 저녁에 료칸에 가서 온천을 느긋하게 즐길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
한참을 골목길 사이로 걷다 보니 유후인을 방문하는 거의 모든 이들이 찾는다는 긴린코 호수가 나왔다.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면 새벽에 물안개가 아름답게 피어나 절경을 이룬다고 한다.
조용하고 한적한 주변 산책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와 볼만한 곳이었다. 들은 대로 볼 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온천엔 집중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곳이었다.
료칸으로 돌아가 아까는 뵙지 못했던 주인 아주머니를 만나 체크인을 했다. 사실 체크인이라고 하지만 얼굴을 보고 인사를 나누며, 대략적인 숙소의 규칙이나 안내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것이 전부였기에 일본어를 하지 못해도 큰 문제점은 없었다.
나무로 지어진 료칸의 특성 상 걸을 때마다 약간 삐걱거리는 소리가 바닥에서 울려 퍼졌지만, 이런 료칸 체험이 처음이었기에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었다.
방 안에서는 나무냄새와 은은한 녹차 향이 났는데, 한 켠에 보니 직접 녹차가루로 내려 마실 수 있도록 정갈하게 마련되어 있었다.
다시 유후인에는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작지만 편안한 노천탕에 들어가서 비 내리는 창 밖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겼다.
처음에는 뜨거운 온천 물에 손을 대는 것 조차도 힘들었는데, 발부터 조금씩 조심스럽게 들어가니 뜨거움이 따뜻함으로 바뀌고 이내 그 속에 몸을 담구는 것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노곤해진 몸을 온천으로 풀고 나니 더 잠이 잘 올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