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의사들이 어려운 개원시장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양도양수' 선택지의 폭을 넓히고 있다.
개원 후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신규개원보다 양도양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지방에서 근무하는 A공보의는 "다들 요즘은 개원하면 안 되는 추세라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에서는 개원하면 망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차라리 하게 된다면 기존의 의원을 인수하겠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봉직의로 근무하고 있는 이비인후과 B전문의는 "모든 젊은의사를 일반화 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제 주변의 경우에는 신규 개원을 꺼리는 것 같다"며 "전문의를 따고 바로 개원을 노리는 것보다 천천히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을 고민하는 경향"고 밝혔다.
다만, 양도양수의 매물이 제한적인 만큼 이에 대한 눈치싸움도 치열하다는 게 젊은의사들의 설명이다.
C공보의는 "개원 후 잘 안 돼 양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은퇴하는 선배 의사나 이미 충분히 (돈을)모았다고 생각해 양도하는 경우 등 생각보다 형태가 다양하다"며 "하지만 기존 의원의 양도양수는 젊은 의사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자리 잡은 의사들도 노리기 때문에 마음먹는다고 바로 할 수 있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즉, 상대적으로 양도양수를 고려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한정된 매물 안에서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는 게 C공보의의 의견.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2013년부터 2017년도까지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의원의 신규개원은 2013년 1831곳에서 2014년 1838곳 → 2015년 1951곳 → 2016년 2128곳으로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다 2017년 1959곳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신규 개원과 달리 폐업하는 의원은 2013년 1536곳으로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한 이후 ▲2014년 1283곳 ▲2015년 1346곳 ▲2016년 1324곳 ▲2017년 1313곳으로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결국 폐업을 하는 의원보다 개원을 하는 의원숫자가 더 많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젊은의사들이 개원시장 포화에 따라 개원 시 양도양수를 고민하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하지만 양도양수를 통한 개원은 한정된 매물 안에서 이뤄지는 특성상 개원 시 신규개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폐업을 하는 숫자보다 신규 개원의 숫자가 더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의사들의 인식변화와 관련해 기존의 개원의들은 큰 트렌드의 변화라는 반응이다.
H내과 원장은 "이전엔 젊은의사들이 신규개원을 먼저 생각했지만 양도양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인식변화는 기존과 달라진 큰 변화로 생각한다"며 "반대로 어려운 개원가 의료현장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개원입지전문가는 젊은의사의 양도양수 의지와 별개로 실제 거래 시에는 걸림돌이 많다고 말했다.
J 입지전문가는 "양도양수자체가 공개적인 것이 아닌 폐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마음을 먹는다고 바로 거래로 이뤄지기는 힘들다"며 "또 양도양수 시 기존에 알던 환자 수나 환자 군 등의 차이로 법적분쟁까지 가는 경우도 있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양도양수를 고민하는 만큼 신규개원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사전시장 탐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