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예비급여 전환 후 일부 타과 전문의 심사 조정
|초점|상부위장관 시술 제한…"기준 불합리하다" 불만 고조
문성호 기자
기사입력: 2019-02-07 05: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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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대학병원서 근무 중인 A 외과 교수는 최근 병원 내 적정진료팀으로부터 갑작스런 심사 조정 통보를 받았다. 이전부터 실시해오던 내시경적 점막하박리절제술(이하 ESD)이 그 대상이었다. 외과의사는 ESD 시술 자체를 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심사 조정 통보 이 후 청구 자체가 차단된 탓에 결국 시술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조기 위암 치료로 일선 병원들이 실시하고 있는 ESD 시술 권한을 둘러싸고 의료현장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위와 식도를 포함한 상부소화관 대상 ESD 시술을 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만 급여 대상으로 제한했기 때문.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고시 개정으로 ESD 시술을 예비급여 대상으로 전환해 실시 중이다. 종전 ESD 시술의 환자 본인부담률이 100%였다면 예비급여 확대로 80%로 완화된 것. 나머지 20%는 건강보험 부담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고시가 개정된 시점부터 내과와 흉부외과를 제외한 타과 전문의의 ESD 시술에 대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B 외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일부 수도권 대학병원서 외과 전문의가 실시한 ESD 시술이 심사 조정되는 일이 발생했다"며 "상부위장관 ESD 시술은 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만 실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정 시술을 특정 진료과만으로 고시를 제한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내과와 흉부외과만 시술 권한을 제한한 것인데, 내과가 전문성이 보다 크겠지만 외과 전문의도 ESD 시술을 일정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그동안 시술해 왔다"며 "더구나 고시 인력기준 상에 긴급 상황에서 개복 또는 개흉 시술이 가능한 인력‧시술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즉 외과 의사를 고시로 상주시켜 놓고 정작 ESD 시술을 못하도록 막은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해당 수도권 대학병원의 심사 조정 사실이 알려지자 다른 대학병원들의 외과 전문의들도 ESD 시술 자체를 중단한 상황.
관련 학회 보험이사는 "해당 심사 조정 사실로 인해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은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견을 제시하고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일단 심평원에서도 내부적인 자료를 파악한 뒤 답변을 주기로 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10년 다 된 유권해석이 막은 외과 ESD 시술
그렇다면 관련 의료진의 주장처럼 해당 고시가 외과 전문의의 ESD 시술을 중단시킨 것일까.
하지만 ESD 급여기준이 포함된 관련 고시를 확인한 결과, 특정 진료과를 제한하고 있지 않았다.
구체적인 ESD 시술에 대한 인력 및 시설 기준의 경우 '해당 진료과 전문의 자격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의사가 시술해야 하며(시술의사 기재), 긴급 상황에서 개복 또는 개흉 수술이 가능한 인력‧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고시 상에서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3년이 경과하도록 했지만, 특정 진료과로 제한하고 있지 않은 것.
취재 결과, 2011년 ESD 시술 고시 개정 시 함께 내려졌던 유권해석에 따른 문제였던 것이다.
유권해석이 담긴 관련 질의응답 문서에 따르면, ESD 시술 가능한 진료과로 '상부소화관(위, 식도)의 경우에는 내과 및 흉부외과, 하부소화관(결장)의 경우에는 내과 및 외과를 의미한다'고 규정했다.
즉 ESD 시술이 전액 환자 본인부담이었던 시기에 마련된 유권해석이 그대로 유지된 채 고시가 개정되면서 외과 전문의의 시술 청구가 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전에는 전액 환자 본인부담으로 조정을 고려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는 예비급여로 전환돼 건강보험 청구가 가능해진 가운데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한 심평원 심사가 적용되면서 조정되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ESD 시술이 예비급여로 전환됐지만 이에 맞춰 유권해석도 함께 변화되지 못한 점이 있던 것 같다"며 "고시 개정 이 후로 관련 문제가 발생해 문제점 해결을 위한 내부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