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소송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제주국제녹지병원(이하 녹지병원)이 '조건부 개설허가'의 법리 해석을 두고 제주도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이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복지부는 행정소송과 유권해석을 결부시켜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메디칼타임즈는 향후 녹지병원이 제기한 행정소송과 관련해 제주지방법원이 판결을 내리는데 작용할 법적쟁점을 살펴봤다.
'외국인 관광객 진료제한' 의료법 위반?
현재 녹지병원이 행정소송에서 꺼내든 카드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금지 등) 1항의 위반 여부.
의료법 제15조 1항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14일 녹지그룹이 제주지방법원에 제출한 행정소송 또한 '진료대상자를 제주도로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한정한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법은 특별법으로 의료법에 우선하고 있지만 특별법에는 설치되는 의료기관에 내국인 환자를 제한할 할 수 있다는 규정이 별도로 담겨있지 않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법 제309조에 특별법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의료법'과 '약사법'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내국인 진료 문제는 의료법을 준용해 외국인 한정 진료는 있을 수 없다는 것.
법률 전문가들은 만약 이 같은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다른 안을 꺼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법무법인 서로 최종원 변호사는 "녹지병원 측이 현재 의료법 위반 카드를 먼저 꺼냈지만 제주도의 의견이 법원에 관철될 경우 최초 사업계획단계를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며 "처음부터 조건부허용이 아니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의 경우 '제주특별자치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16조 3항'을 근거로 '외국인 관광객 한정 진료'가 적법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보건의료 특례 제 16조 3항을 살펴보면 '도지사는 제2항에 따라 의료기관의 개설에 적합하다고 인정해 통보하는 경우에 필요하면 조건을 붙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제16조 3항에 근거해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진료를 한정한 채 조건부 허가를 한 것은 충분히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며 "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는 만큼 법률 자문팀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내국인 진료거부 유권해석 쟁점…복지부 "행정소송과 쟁점 달라" 선긋기
특히, 제주도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허가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내국인 진료를 하지 않는 것은 진료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유권해석의 경우 법적으로 유효성을 가지기에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판단이다.
최 변호사는 "유권해석이 유효하게 작용하려면 기존에 유권해석을 가지고 법원이 판단했던 판례가 있을 경우 가능하다"며 "하지만 이번 사례는 아직까지 유권해석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없기 때문에 유의미한 자료로 사용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의 경우 유권해석이 현재 행정소송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전했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지금 소송에서 쟁송 대상이 되는 것은 허가 자체의 적법성을 다투는 것"이라며 "유권해석은 허가의 조건이 붙었다는 전제 하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즉, 유권해석은 의료기관이 허가내용 준수를 위해 내국인 환자의 진료거부 시 의료법상 진료거부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라는 얘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주도가 녹지병원 개설허가 여부를 결정할 자격을 대해 판단한 적은 없다"며 "소송과 유권해석의 쟁점과 별개로 복지부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최종적으로 행정소송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릴 예정. 행정소송은 상대적으로 1심결과가 6개월에서 8개월 사이로 빨리 나오지만 항소가 이뤄질 경우 2심과 3심을 거쳐 1년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최 변호사는 "제주도와 녹지병원의 주장자체는 각각 설득력이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법원이 단순히 겉으로 보이는 법률적인 판단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쟁점을 두고 제주도와 녹지병원이 다투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