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부터 GSK 한국법인에는 작지 않은 변화들이 일기 시작했다. 글로벌 본사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 바람이 불면서 인력 이동과 함께 활발한 기업거래가 이어졌다.
더욱이 국내의 경우 전임 홍유석 사장이 다국적제약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처음으로 GSK 북미 지역 대표로 영전하면서 새 수장으로 '줄리엔 샘슨' 대표가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앞서 18년간 GSK 한국법인을 이끌던 김진호 전 대표, 그리고 홍 사장에 이은 1977년생의 젊은 신임 샘슨 대표에 업계 관심이 쏠린 이유다.
무엇보다 샘슨 대표는 "(기업에 있어) 개인 실적이라는 것은 목적이 되고 목표가 되서는 안 된다"고 소신을 전했다.
그는 "부임 이후 개인별 매출 목표 폐지는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진행한 일"이라며 "업무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하는 선택 여부에 따라 실적은 자연스레 따라오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실제 기업 경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물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샘슨 대표는 "개인 실적 목표를 없앤 작년부터는 회사가 다시 성장세로 전환한 시기기도 하다"며 "충분히 윈-윈할 수 있다는 사례로, 이러한 기조를 만들어가는 회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도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GSK는 최근까지도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액샐러레이트 파마(AcceleratePharma)' 전략을 시행하면서 조직 재편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그는 "GSK는 현재 변화의 핵심으로 비용절감이 아닌 조직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기조를 잡아가고 있다"며 "업무의 관장 주체를 두고도 로컬과 글로벌 구분없이 마케팅이나 대관(RA), 약물감시 업무 등에 중장기적인 발전 계획이 접목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조인트벤처 투자를 비롯한 항암제 전문기업인 테사로와의 빅딜, 머크와의 면역항암제 파트너십 등도 같은 맥락으로 짚었다.
여기서 인력 구조 개편과 함께 희망퇴직프로그램(Early Retirement Program, 이하 ERP) 운용에 대한 입장도 언급됐다.
샘슨 대표는 "이러한 변화가 한국지사에서도 진행되다보니 업무 기능에 일부 변경이 생기면서 37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며 "일련의 프로세스는 아직도 진행 중으로 회사가 적응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에 ERP는 안타까운 측면도 있지만 전화위복의 계기로도 봐야한다"며 "줄이거나 멈춰야하는 활동도 있겠지만 반대로 늘리거나 확대하는 영역도 있다. 리더로서 변화에 영향을 받을 임직원에 항상 지원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스페셜티 품목 집중 "혁신신약 접근성 향상, 질환 형평성도 고민해볼 문제"
샘슨 대표는 "지난 1년간 한국GSK의 제너럴 메니져로 글로벌과 로컬간에 균형감을 잃지 않는데 노력했다"며 "특히 한국지사의 홍보대사격으로 론칭 가능한 신제품을 가급적 많이 끌어오고 연구개발(R&D) 투자 유치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이에 혁신의약품의 접근성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평가했다.
샘슨 대표는 "GSK의 호흡기질환 혁신신약인 뉴칼라 등을 포함한 혁신신약들의 접근성 문제는 단순히 한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이거나 진입을 앞둔 약제의 접근성 향상 문제를 두고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아직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원제도들이 항암제를 비롯한 일부 희귀의약품에 집중돼 있는 것과도 관련 있다. 여타 만성질환 등 여러 적응증에서도 임상 효과를 개선한 생물학적제제들이 도입을 검토 중이기 때문.
샘슨 대표는 "향후 이러한 스페셜티 품목들에 집중도가 높아지는 만큼 생물학적제제 등 차세대 혁신 신약들의 접근성 강화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이와 관련, 최근 제약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혁신신약의 위험분담제(RSA) 확대 적용 이슈를 놓고도 개인적인 생각을 전했다.
현재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에서도 여러 사업 가운데 RSA의 운용 범위 확대를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는 상황이다.
샘슨 대표는 "제약산업이 스페셜티 영역으로서 빠른 속도로 전환해가고 있기에 이러한 속도에 정부 제도가 부합할 수 있길 기대하게 되는 것"이라며 "스페셜티 분야 항암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RSA 제도가 항암제에만 치우쳐져 있다면 이외 환자를 놓지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제도를 활발히 이용하는 유럽의 경우 특히 생물학적제제에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한국 RSA의 특징 중 하나가 특정 계열약의 첫 론칭에는 제도 적용이 가능하지만 2차, 3차 진입 품목에는 활용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이는 외자사 혹은 국내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환자까지 아우르는 모두의 사안일 것"이라며 "환자들의 접근성 확대를 놓고서도 신약의 도입을 위해 위험분담제를 어떻게 가져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다국적제약사의 매출 배당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샘슨 대표는 "(본사 송금액과 관련해)한국에서 본사로 나가는 배당금의 흐름만 보기보다, 글로벌 본사에서 한국으로 재투자되는 자금의 흐름을 균형있게 따져보면 이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2017년 매출 기준 GSK 한국지사의 본사 송금액은 매출액 3000억원 규모 가운데 150억원 수준. 여기서 단순히 송금액의 크기보다 자금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지사의 경우 본사로부터 연구개발(R&D) 임상 등의 명목으로 200억원 가량의 재투자를 받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작년만해도 임상 86건 및 200여개 이상의 연구기관과 협력해 한국인 피험자만 4000명 이상인 임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샘슨 대표는 "글로벌 자금 역량을 만들고 기업간 빅딜 및 파트너십과 같은 성장 동력을 통해 한국 등 로컬 기업과의 협업으로 재원을 배분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올해초 GSK 한국 지사에서 불거진 직원의 투신 자살 사건도 언급을 했다.
그는 "새해부터 안타깝게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한 인간으로서 이번 일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며 "현재 유가족에 깊은 애도를 드리는 동시에 회사 차원에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