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상담 23분·서류작업 15분 수가는 2만4천원 불과
의료진 시간·노력 비해 저수가 동기부여책 마련 해야
박양명 기자
기사입력: 2019-04-11 06: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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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가간다|외과계 교육상담 시범사업 현장
15분. 전립선비대증으로 서울 골드만비뇨의학과 의원을 찾은 60대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갔다가 나오기까지 시간이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진단에 필요한 소변, 혈액 검사 등을 거친 후 이 환자는 다시 진료실에 들어갔다.
골드만비뇨의학과 조정호 원장(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보험이사)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치료 계획을 설명했다. 일주일 동안 약물 치료를 해본 후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결정하자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8분이 걸렸다.
조 원장과 환자의 대면 시간은 23분으로 일단 끝났다. 이제 조 원장의 서류 작업이 남았다. 60대의 이 환자는 수술 전후 관리 등을 위한 교육상담료 시범사업 대상이기 때문이다.
골드만비뇨의학과는 교육상담 및 심층진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교육상담 시범사업 현장을 직접 찾았다.
환자가 진료실을 떠난 후 조정호 원장이 해야 할 일은 환자에게 별도의 개인 정보 활용 동의서를 받아야 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기관 업무포털에 접속해 교육상담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환자 이름, 생년월일부터 의사 이름과 면허번호, 교육상담 대상 질환 등에 표시해야 한다.
혹여라도 업무포털 접속이 잘 안되는 날이면 서류 작업은 한없이 길어질 수 있다. 12분이 더 걸렸다. 환자가 초진이었기 때문에 수가는 약 2만4000원. 이를 위해 약 35분의 시간이 들었다.
조 원장은 "다행인 점은 우리 의원은 규모가 있는 편이라 서류 작업은 직원이 전담하는 편"이라며 "1인 원장이 운영하는 소규모 의원이라면 투자하는 시간 대비 수가가 터무니없이 낮아 시범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안될 수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골드만비뇨의학과는 의학적 상담은 원장이 직접 담당하지만 환자에게 개인 정보 활용 동의서를 받기 위한 설명 등은 전담 직원이 따로 한다. 이와 함께 수술 전후 일상생활에서 가질 수 있는 추가적인 궁금증 등도 함께 상담한다.
의사 1명과 직원 1명 등 총 2명의 인력이 환자 한 명에게 30~40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셈이다.
골드만비뇨의학과 이지영 실장은 "교육상담을 위해서는 개인 정보 활용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처음 의원을 찾았을 때 개인 정보 활용 동의서를 받는데 또다시 동의서를 내밀면 환자가 경계한다"며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는 환자 서명을 받은 후 스캔을 떠서 진료포털 사이트에 다시 업데이트 해야 한다.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가 불편한 과정인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호 원장은 들이는 시간과 노력 대비 수가가 너무 낮으며 환자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이 너무 불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수술 환자는 상담 시간만 10~15분 이상 걸렸는데 이에 대한 수가가 전무했던 상황에서 새롭게 신설되는 거니 긍정적인 것"이라면서도 "시범사업이다 보니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유인책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통 환자 한 명을 진료하기 위해 모니터에 진료창을 비롯해 X-레이 검사 화면, 초음파 영상 등 2~3개 창을 기본으로 띄워놓는다"라며 "교육상담 수가를 신청하려면 인터넷에 접속해서 별도의 창을 띄워서 환자를 일일이 정렬해서 찾아야 하는데 상당히 번거롭다. 본사업에 들어가면 EDI에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2만4000원 수준의 수가는 너무 낮아 참여하는 외과계 의원이 적다"라며 "수술 준비 과정, 치료 계획 설명 등 들이는 노력에 비해 수가가 낮다. 최소 5만원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