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심전도계부터 3D프린터로 만든 심장모형 전시
심장병리 권위자 서정욱 교수 38년간 쌓아온 인적·물적 자산이 밑거름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9-04-24 12: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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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활기가 넘친다는 말로 부족했다. 목소리에는 에너지가 넘쳤고 얼굴에는 신난 표정이 역력했다. 정년을 앞둔 교수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청년의 생동감이 넘쳤다.
최근 개관한 심장박물관 부관장을 맡게 된 서정욱 교수(서울의대 병리과·우촌심뇌혈관연구재단 이사장) 얘기다.
먼저 국내 심장 병리학 권위자인 그가 푹 빠져지낸다는 심장박물관은 어떤 모습일까. 직접 가이드를 자청한 그를 따라 박물관을 살펴봤다.
심장박물관이 위치한 곳은 인천 계양구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지하 1층.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박물관 중앙에 위치한 인공심폐기, 에크모 등 각종 심장치료 관련 장비들. 심장치료 원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일반인도 쉽게 심장 치료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QR코드에 설명 동영상을 담았다.
심장박물관은 과거의 치료장비부터 3D프린터로 만든 심장모형까지 심장치료에 관한 역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최초로 사용했던 심전도계를 만날 수 있다. 당시 부인암 대가 강순범 교수(산부인과·호산산부인과)의 부친인 강승호 초대 순환기학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심전도계를 심장박물관에 기증한 것. 뿐만 아니라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의 심장을 3D프린터로 만든 심장모형은 물론 인공판막, 인공혈관도 볼 수 있다.
서울대병원에 최초로 사용했던 심전도계부터 QR코드 영상 하나하나 서 교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지난 81년도 서울의대 병리과 레지던트를 시작하면서 심장 병리학의 매력에 빠진 그 순간부터 약 38년이 지난 현재까지 쌓아온 인적·물적 자산이 박물관의 밑거름이 됐다.
"심장에 대한 의학적 지식과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이를 남겨두지 않으면 기억에서 잊혀질 수 밖에 없지요. 심장학에 대한 역사와 기록을 위한 박물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장기의 익명화를 위해서도 박물관은 필요하다. 그에 따르면 수년 전, 유럽에서 사망한 특정 환자의 심장이 방송에 공개, 가족이 문제를 삼는 일이 발생하면서 장기에 대한 익명화 필요성이 대두됐고 박물관이 해결방안으로 급부상했다.
그가 개인적으로 모으고 관리하고 있는 사람 심장은 약 500여개. 이를 보존하고 향후 교육적으로 활용하려면 익명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 교수는 의사와 환자, 보호자와의 의학지식 격차를 좁히는 역할을 좁혀보자는 생각에서 박물관을 생각했다.
"사실 임상에 있는 의사들은 진료시간에 쫒겨 환자에게 상세한 설명을 하거나 심도깊은 내용을 주고 받기는 어렵다. 박물관이 그 간극을 좁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인천지역 생물 선생님들의 모임'과 연계해 단체 관람 프로그램도 정례화할 예정이다.
의미있는 행보에 환자단체도 손을 보탰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에서 학생 단체관람에 사용할 청진기 20개를 기부한 것.
그는 박물관 관람 이외에도 심장학 역사를 짚어보는 역할도 할 계획이다. 박물관 입구에 심장학의 선구자 5인을 선정, 그들의 이력과 공로를 전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심장박물관이 선정한 심장학 선구자 5인은 대한순환기학회 초대회장 강승호 교수, 한국 최초의 심장 판막술을 성공한 홍필훈 교수, 국내 심장 수술의 개척자 이영균 교수, 소아심장학의 태두 홍창의 교수, 대학교수 명예를 포기하고 환자진료를 택한 서정삼 교수.
"매년 선구자 5인을 선정해 그분들의 업적을 기리고 의미를 부여하는 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대학이나 소속을 떠나 선구자를 찾는 과정에서 심장학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활동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서 교수가 생각하는 '박물관'은 건축학적 개념이 아니라 컨텐츠. 화려한 건물보다는 보여줄 수 있는 내용물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심장박물관은 의학 관련 학회 등과 콜라보해서 특별전시회도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입니다. 가령, 어떤 학회라도 학술행사에서 심장 관련 전시 요청하면 외부 전시를 하는 식이죠. 희망하는 학회가 있으시면 언제라도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