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병원별 내과 전공의 인력 공백 실태조사 결과 공개
전공의 62% "2020년 레지던트 인원 축소 대비 인력 준비 없다" 지적
황병우 기자
기사입력: 2019-05-04 06: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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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전문의들이 2020년도 내과 3년차와 4년차 레지던트가 동시에 전문의로 배출되지만 인력공백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혼란을 우려했다.
2020년부터 전공의 4개년차로 운영되던 내과 병동이 3개년차로 축소되지만 수련병원에서 논의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다고 응답한 것.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이승우, 이하 대전협)는 최근 각 수련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를 대상으로 시행한 '내과 3년제 전환 후 인력 공백에 따른 병원별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3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약 일주일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됐으며, 전국 29개 병원이 참여했다.
2020년은 내과 레지던트 3년차와 4년차가 동시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는 해로 그동안 내과 3, 4년차는 수석 전공의로 병원 입원환자 관리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왔지만 본격적인 내과 3년제를 맞아 모든 수련병원에서 2개 년차의 공백이 동시에 생기게 된다.
이에 현장에 있는 내과 전공의 절반 이상이 인력 부족 사태를 예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게 대전협의 의견이다.
실태조사 결과 '현재 정규 업무, 당직 업무가 전공의 인력만으로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62.07%가 '아니오'라고 답했으며, 이들 중 절반이 부족한 인력에 따른 업무는 '입원전담전문의'로 해결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과 전공의들은 실태조사에서 인력부족이 예상됨에도 수련병원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내년 2개 년차 동시 전문의 배출 이후 인력 공백에 따른 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됐냐는 질문에 '논의는 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다'라는 응답이 41.38%로 가장 많았으며, '전혀 진행된 바 없다'와 '추가인력을 고용할 계획이다'라는 답변이 20.69%, '기존의 전공의 인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가 10.34%를 차지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내과 3, 4년차 전공의가 지난달 26일, 27일 양일간 열린 내과학회 춘계 학술대회에 동시에 참여하게 되면서 생긴 단기적인 인력 공백에 대해서도 '기존 전공의 인력으로 운영한다'가 44.83%, '기존 전공의 인력과 전문의 인력으로 운영한다'가 37.93%, '논의는 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이 없다'가 10.34%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A수련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는 "앞으로 전공의 업무를 누군가가 분담해야 한다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교수나 병원수련 측에서 이에 필요한 인력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실제 논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전공의가 포함된 상태로 논의되지는 않고 있으며 내년에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될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B수련병원 내과 수석 전공의는 "병원에서 입원/응급실 전담의를 구하고 있으나 부족한 전공의를 채우기 위한 노력이 너무 미미하다"면서 "당장 2학기부터는 교수 당직이 메인이 돼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펠로우에게 떠넘기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어, 솔직히 병원이 제대로 굴러갈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대전협은 정부의 재정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동시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정착을 위해 회원 홍보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승우 회장은 "기존에 해오던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전공의, 지도전문의, 학회, 수련병원, 정부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며 "내과학회에서 지도감독보고서 개편 등 수련교육의 질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수련병원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전공의와 지도전문의가 모두 과로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원전담전문의 확대와 주치의 1인당 환자수 제한은 시급한 과제"라며 "이는 단순히 내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 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도 마비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재정투입은 필수적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