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의료법인 항소에 오히려 배상액 더 늘려
"빈맥 상태 환자 X레이, 혈액검사조차 제대로 안해"
이인복 기자
기사입력: 2019-05-15 12: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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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막염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를 근육통으로 진단하고 그냥 돌려보낸 병원에 2억여원의 손해배상책임이 내려졌다.
특히 이 병원은 손해배상을 주문한 1심 판결에 불복해 추석이라 응급진료를 할 수 없었다며 항소를 제기했다가 오히려 배상액이 더 늘어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서울고등법원은 흉막염으로 응급실에 내원했다가 제대로된 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불가피성을 주장한 병원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15일 판결문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2016년 환자가 손목과 어깨, 허리 통증으로 A병원에 내원하면서 시작됐다.
프롤로주사 치료를 받던 환자는 몇일 뒤 오른쪽 팔이 붓고 전신 근육통이 생겨 119 구급대를 통해 A병원 응급실로 내원했고 의료진은 X레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특별한 이상이 없는 근육통으로 진단한 뒤 진통제를 투약했다.
그러나 다음날 마지막으로 진통제를 맞은 환자는 새벽에 숨을 쉬지 않는 상태로 간호사에게 발견됐고 몇 시간 뒤 심정지로 사망했다.
그러자 의료진의 잘못된 진단과 처치를 문제 삼아 그 배우자와 자녀들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것.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의료과실을 인정해 총 1억 4천여만원의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병원측은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항소를 제기했고 2심 재판부는 오히려 배상액을 더 늘려 2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X레이는 완전 흉기 상태에서 촬영해야 하는데도 촬영 당시 불완전 흡기 상태에서 촬영하면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당시 의료진은 환자의 비협조로 흡기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더욱 증세를 면밀히 살펴야 하는 소견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당시 환자가 전신 근육통 증세를 보였고 내원 당시 분당 맥박수도 125회에 불과한 빈맥 상태에 있었는데도 4차례 걸친 진료 과정에서 호흡 상태와 호흡수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며 "당시 상황을 보면 즉시 전신성 염증 반응 증후군을 의심했어야 할 상황인데도 조치하지 않은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한 재판부는 환자가 이러한 상황인데도 응급혈액검사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삼았다. 임상병리사가 병원에 없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든 반박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분당 맥박수가 정상범위를 크게 넘어선 만큼 즉시 응급혈액검사를 시행했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다"며 "병원이 주장하는대로 추석 연휴라 임상병리사가 근무하지 않아 검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면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결국 의료진이 흉막염과 패혈증을 의심하고 진단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X레이나 호흡측정, 응급혈액검사를 했더라면 상황은 바뀔 수 있었다는 의미"라며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환자가 내원했을 당시 흉막염이 심해져 패혈증이 악화됐었을 수 있다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환자가 이미 흉막염이 심해 패혈증이 악화되고 있어 손쓸 수 없을 상황이었을 수 있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병원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