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감염 등 유관 학회들, 자료 구축부터 재논의 돌입
"교과서에도 없는 이례적 상황…정책부터 모두 손봐야"
이인복 기자
기사입력: 2019-05-21 06: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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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국내에 홍역이 대유행처럼 번져나가면서 전문가들이 새로운 진료지침과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유병률은 물론, 발병 연령까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양상이 벌어지면서 새로운 진료 지침이 필요하다는데 뜻이 모아지고 있는 것. 과거의 프레임으로는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0일 의학계에 따르면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소아과학회, 대한감염학회와 대한소아감염학회 등은 홍역 진료 지침과 방역 시스템 제안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홍역 청정국 지위를 획득할 정도로 홍역 방역과 치료에 있어 만반의 준비가 돼있다고 자부했지만 지난해 전국에서 홍역이 활개를 치면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대구광역시 등 지역부터 확산된 홍역은 경기도 안산, 평택은 물론 다시 대전까지 확산되며 전국적인 대유행 경향을 보였다.
이로 인해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물론 질병관리본부와 대학병원, 방역 전문가들까지 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댄 끝에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홍역 방역 시스템이 한번에 뚫린 이유를 이미 의학계는 파악하고 있다. 과거와 유병률과 발병 연령이 완전히 변화하면서 커다란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아 미접종자를 중심으로 지역 사회 노출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오히려 병원내 감염으로 20대에서 30대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고대안산병원 소아과 김윤경 교수(소아감염학회 홍보이사)는 "지난해 홍역 유행이 대부분 원내 감염으로 확산됐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과거 소아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 노출이 대부분이었다면 이번에는 20대와 30대 성인 즉 병원 직원들이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20대와 30대 사이가 홍역에 대한 경각심으로 2000년 캐치 업 백신을 대규모로 접종했을때의 대상자로 이미 면역력이 약화될 시점에 오면서 위험 연력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들이 해외 여행을 많이 떠나는 연령대인데다 병원에서도 주축을 이루고 있는 나이라는 점에서 원내 노출시 급속도로 확산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들 학회들이 급하게 진료지침과 방역 시스템 개정에 나선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과거와 같은 기준과 지침으로는 이렇게 변형된 홍역의 유행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
과거 항체 유병률과 연령대를 기준으로 방역 시스템과 진료 지침을 세웠는데 이 지표들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모든 기준과 자료를 새롭게 검토해야 하는 시점이 왔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산모가 가진 항체가 태아에게 그대로 전해져 생후 1년 이후 홍역 백신을 맞히는 것이 교과서적 기준이었는데 앞서 말한대로 지금 20-30대 가임기 여성들은 항체가 없거나 약한 경우가 많다"며 "결국 생후 3~4개월이면 항체가 없어져 그대로 홍역에 노출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교과서에도 최소 생후 6개월 이후 아이를 대상으로 하는 치료법이 있을 뿐 그 밑으로는 아예 언급 자체도 없다는 것"이라며 "3~4개월된 아이가 홍역에 노출되면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을 비롯해 홍역 항체가 적은 20~30대를 대상으로 하는 방역 시스템, 원내 감염에 대한 대응과 방역 등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준들을 잡아가야 하는 시점에 왔다는 의미다.
대한소아감염학회 김종현 회장(가톨릭의대)은 "춘계 학회에서도 핫 토픽으로 다뤘듯 홍역에 대한 유병률과 발병 연령, 항체 보유율 등을 완전히 새롭게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예전에는 생각도 안하고 걱정도 없었던 부분들에서 그물이 뚫린 만큼 세심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관 학회들과 힘을 합쳐 자료를 수집하고 새로운 경향을 분석해 이후 진료 가이드라인의 개정을 포함해 방역 정책 등도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