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지혜 심평원 연구위원, 국내 주사제 공급의 문제점 지적
주사제 포장용기 개선 주장…공급유인책 일환 약가제도 개선 당부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9-05-27 22: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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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시간 이상 상온에 보관된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20대 환자 패혈증 사망. 2015년 버려진 용기에 남은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20대 환자 패혈증 쇼크로 사망. 2017년 상온에 방치된 지질성분의 주사세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오염된 주사를 맞은 신생아 4명 집단 사망. 이는 수년째 잇따르고 있는 주사제 감염사고 사례다.
특히 대장암 치료 항암제인 아바스틴의 경우 황반변성 치료제로 허가초과 의약품 사용 규제가 완화, 의원급까지 사용 확대가 예상되면서 병원내 주사제 감염관리 시스템 정비가 시급한 실정.
이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정책연구부 변지혜 부연구위원은 최근 HIRA 정책동향보고서에서 '국내 주사제 공급, 사용, 관리의 문제점'을 통해 국내 무균조제 시설이 부재한 현실을 지적하고 실사용량에 맞는 청구시스템 부재 등을 지적했다.
변 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월별 약제급여목록표의 누적 목적을 기준으로 1회 이상 급여 등재된 주사제를 대상으로 급여의약품 현황 및 주사제 포장용기별 현황을 파악했다.
이와 더불어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의 2017년도 의약품 유통자료에 급여로 등재된 주사제 자료의 공급현황을 분석해 요양기관 종별 포장단위 용량의 사용현황도 조사했다.
그 결과 그는 국내 주사제 공급의 문제점으로 단회용, 다회용 표기 기준이 부재한 현실을 꼽았다.
그는 "식약처 고시 중 의약품 표시 등에 관한 규정 및 대한민국 약전 제제총칙을 살펴보면 주사제 표시기재 규정에서 주사제 투여 오류를 차단할 수 있는 1회용 주사제, 다회용 주사제의 표기 사항에 관한 내용이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통되는 포장 용량의 다양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 사용되는 주사제의 포장 용량이 다양하지 못했다"며 "현재 소포장 공급 의무 제형은 정제, 캡슐제, 시럽제만 포함할 뿐 주사제는 소용량 포장단위 공급 규정에 없다"고 전했다.
실제로 변 연구위원이 2017년 12월 급여목록에서 주사제의 포장용량 종류를 확인한 결과 국내사와 다국적 제약사 모두 한 종류의 포장용량만 등재된 비율이 각각 89.69%, 82.62%로 환자의 투여용량을 고려하지 않고 한 종류의 포장 용량의 주사제만 공급, 유통하고 있었다.
그는 "FDA 주사제 적정용량 생산 권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회 1바이알을 사용할 수 있도록 1회 용량에 맞춰 바이알 규격을 개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그는 급여 목록에는 2개 이상의 포량 용량이 등재돼 있어도 의약품관리정보센터의 2017년 유통 공급자료에서는 한가지 포장용량의 주사제만 사용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그 사용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주사제는 고가약인 종양용 약제나 생물학적 제제는 소용량 포장 사용이 많았지만 항생제의 경우 중간용량 및 대용량 포장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했다.
변 연구위원은 무균조제술이 필요없는 일체형 안전용기 주사제 공급이 부족한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일체형 안전용기는 주사제와 주사용수의 혼합 과정에서 공기에 노출될 염려가 없는 용기임에도 국내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봤다.
그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급여목록에서 총4231개 품목 중 2283개(53.96%)가 병(바이알)포장이고 942개(22.26%)가 앰플제형으로 약 76.22%가 무균조제가 필요한 제형으로 의료기관 내 무균조제 시설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의원 등 규모가 작은 요양기관에서는 국제기준에 적합한 무균조제 시설 마련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런 경우 소용량 포장이나 RTU공급을 통해 무균 환경이 아닌 곳에서 주사제 분할 사용, 혼합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주사제 용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해당 포장용기의 경우 사회적 안전비용을 지불한다는 의미에서 일반 주사제 용기와 차별성을 인정하고 약가제도 개선을 통해 공급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