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세계보건기구(WHO)가 사회적으로 주목받았던 번아웃(burnout)과 트렌스젠더리즘(Transgenderism)은 코드에서 제외했다.
건강에 영향을 주는 증상은 분명하지만 의학적으로 질병이라기 보다는 직업에 관련한 일종의 증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다.
WHO는 28일(현지시간) 2022년부터 적용되는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 5만 5천개를 확정했다.
지난 1990년 ICD-11 기준이 변경돼 1만 4400개가 확정된 이래 무려 4만 여개의 질병 기준이 늘어난 셈이다.
이번 기준 개정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부분은 이미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게임 중독과 번아웃 증후군 이었다.
이러한 증상들을 과연 의학적인 질병으로 바라봐야 하는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게임 중독은 분명한 의학적 질병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번아웃 증후군은 의학적 질병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WHO의 결론이다.
WHO는 번아웃 증후군의 기준을 탈진에 가까운 에너지 고갈과 소진과 일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업무에 대한 부정적 감정 증가, 직무 효율 저하로 정리했다.
또한 분명히 이러한 증상들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질병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ICD-10에서 질병 기준으로 포함시킨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ICD-11을 확정하면서 WHO는 이를 질병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 의학적 질병이 아닌 직업적인 인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WHO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만성적 직장 스트레스가 개념화된 것이 번아웃 증후군"이라며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자는 분명하다"고 풀이했다.
이어 "하지만 번아웃 증후군은 직업과 관련한 맥락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직업이 아닌 기타 다른 삶의 영역에 적용해서는 안되는 특정한 증상"이라고 한정했다.
직업과 연관이 있지 않은 부정적, 냉소적 스트레스 증상을 번아웃 증후군으로 판단해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이와 함께 과거 질병 기준에 정신질환 목록으로 들어가 있던 트렌스젠더리즘도 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 등과 맞물려 이번에 기준에서 삭제됐다.
한편, 이번에 확정된 ICD-11은 오는 2022년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194개국에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