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연구진, 의사 946명 설문 진행
45.3% "현재도 피임약 접근 쉬워"…조건부 일반약 전환 반대
최선 기자
기사입력: 2019-05-31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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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요구 쇄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의료진들은 생각은 어떨까.
지난달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을 시작으로 낙태와 의료 윤리의 문제부터 의료인 재교육, 피임약의 접근 권한까지 다양한 숙제가 남겨졌다.
이중 처방전이 필요한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주장에 대해 의료진은 "피임을 사후피임약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순천향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연구진 등이 진행한 응급 피임약에 대한 한국 의사의 태도 설문 결과가 대한산부인과학회지에 최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는 사후피임약(Emergency contraceptive pill, ECPs)을 약사와 상담을 통해 구입할 수 있는 조건부 일반약(Behind the counter, BTC)으로 전환하는 방안의 인식 조사를 위해 ECP를 처방한 의사 946명을 대상으로 서면 설문했다.
사후피임약은 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시 피임 성공 확률이 최대 90%에 달한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를 통해 여성의 자기선택권이 강화된 만큼 사후피임약에 대해서도 문턱을 낮춰 접근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여성단체들의 주장.
먼저 여성들의 현재 사후피임약 접근성에 대한 질문에 의사의 22%는 "ECP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23.3%는 "다소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들의 15%와 2.1%에서 각각 "다소 어렵다", "어렵다"는 답변이 나왔다.
ECP에 대한 여성의 접근을 제한하는 장애물에 대해 의사의 24.8%는 "여성의 정보 부족"을 꼽았다. 22.5%는 "여성이 ECP 처방을 받기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응답했다. 나머지 12.2%는 "여성이 성적인 사생활 기록 염려"라고 응답했다. 환자가 개인정보 기재없이 처방해 줄 것을 요청한 사례는 51%에 달했다.
ECP를 조건부 일반약 전환(BTC)에 대한 질문에 의사 92%는 ECP를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약으로 유지하기를 원했으며 6.1%는 조건부 일반약 전환에 찬성했다.
전환 반대 이유는 잠재적인 오남용 우려(76.7%), 피임 교육 및 상담 필요(10.6%), 안전 문제(7.7%), 의도되지 않은 성행위의 증가(3.2%), 피임없는 성행위 증가 우려(0.98%)의 순이었다.
피임없이 성 관계를 갖고 향후 ECP로 대체하는 'ECP 오남용' 방지 대책으로 의사들은 피임 교육이 가장 절대적(79%)이라고 답했다.
이어 동일한 생리주기 내 반복 처방 제한(7.7%), 접근성 향상(5.3%), 약제 가격 인상(0.7%) 등으로 답했다.
연구진은 "대다수 한국 의사들은 ECP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전에 피임 및 피임법에 대한 교육 역할을 증대가 필요하다는 신념으로 응급피임약 재분류에 반대했다"며 "이 연구는 피임 교육이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이어야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어 "이 연구는 약 1,000 명의 의사들 사이에서 실시됐지만 설문 결과가 한국 의사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또 설문자 중 산부인과가 74.4%에 달했고, ECP의 37%가 산부인과가 아닌 타과에서 처방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광범위한 설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