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분석|미국당뇨병학회 DPP-4 억제제 CAROLINA 연구 발표
심혈관 사망 등 안전성 이상무...덩달아 SU제제도 재주목
원종혁 기자
기사입력: 2019-06-12 03: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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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타임즈 원종혁 기자=미국 샌프란시스코| "CAROLINA 임상근거를 가지고 어둠의 시대를 환하게 만들자(making the dark ages brighter with CAROLINA).-줄리오 로젠스톡 교수"
DPP-4 억제제 '트라젠타'가 결국 최장기간 심혈관계 안전성 입증이라는 날개를 달았다.
올해 미국당뇨병학회에서 최초 공개된 트라젠타(리나글립틴)의 심혈관 안전성 임상인 CAROLINA 연구 결과를 두고, 학계 전문가들은 설폰요소제 이전에 DPP-4 억제제를 우선 사용하는 것에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DPP-4 억제제 임상 가운데 처음으로 설폰요소제인 '글리메피라이드(glimepiride)'와의 직접비교를 통해 심혈관 안전성을 재확인한 만큼, 두 약물 모두에서 더이상의 안전성 논쟁은 없어야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79차 미국당뇨병학회 정기학술회(ADA 2019) 메인 심포지엄에서는, 대표 심혈관 임상 가운데 하나인 DPP-4 억제제 리나글립틴의 'CAROLINA 임상' 전체 데이터가 공개됐다.
10일(현지시간 기준) 학회장을 가득 채운 CAROLINA 임상 발표장에서는, 이번 결과를 통해 두 가지 핵심 메세지를 뽑았다.
리나글립틴의 경우 보다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진행한 'CARMELINA 연구'와 이번 CAROLINA 연구를 통해 확실한 심혈관 안전성을 재확인했다는 것. 더불어 CAROLINA 임상에 비교군으로 잡힌 설폰요소제 글리메피라이드까지 이러한 심혈관 안전성의 덕을 보게됐다는 분석이었다.
임상 발표를 진행한 토론토의대 버나드 진만(Bernard Zinman) 교수(마운트시나이병원)는 "리나글립틴의 심혈관 안전성과 함께 제2형 당뇨병 환자 관리에 주요 문제로 거론되는 저혈당 및 체중증가 위험이 낮게 나온 것은 특히 주목해볼 결과"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해당 연구가 DPP-4 억제제의 심혈관 임상연구 가운데 가장 긴 6년 여의 최장기 추적관찰 결과라는 점에서, 장기간 안전성이 보다 명확해질 전망이다.
관심을 모았던 설폰요소제 글리메피라이드와의 비교에서 심혈관계 위험을 늘리지 않으며 비열등성 검증작업을 마무리한 이유다. 관건은 비교군으로 잡힌 글리메피라이드가 설폰요소제 중 고령이거나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에 우선 권고되는 약물이라는 대목. 또 해당 약물이 계열약에서는 저혈당이나 기타 이상반응이 상대적으로 적게 보고되는 터라 이번 리나글립틴의 안전성 입증은 학계 전문가들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현장에서 임상 배경을 설명한 달라스당뇨병연구센터 줄리오 로젠스톡(Julio Rosenstock) 박사는 "국제적으로도 설폰요소제 단독요법으로 인한 심혈관 사망이나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재입원율은 24% 수준으로 기타 다른 경구용제들이 16% 수준을 차지하는 것 대비 높은 상황도 이번 임상결과를 주목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DPP-4 계열약 심혈관 임상 5건, CAROLINA 결과 주목 이유?
그동안 DPP-4 억제제 계열약 중에서도 과감하게 심혈관 아웃콤을 평가한 치료제는, 이번 CAROLINA 임상을 포함해 5건에 그친다.
'온글라이자(삭사글립틴)'의 SAVOR-TIMI 53 임상과 '네시나(알로글립틴)'의 EXAMINE 임상이 나온데 이어 '자누비아(시타글립틴)'의 TECOS 임상, 트라젠타(리나글립틴) CARMELINA 임상까지가 지금껏 나온 대표적 사례다.
그 가운데 이번 CAROLINA 임상에서 주목할 점은, 나머지 네 건의 연구들에서 심혈관계 안전성을 평가하는데 있어 비교군으로 위약을 사용한 것과 달리 활성 대조군(active-comparator)인 설폰요소제 글리메피라이드와의 첫 비교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또한 추적관찰 기간의 중간값은 6년 여로 가장 길었다.
일단 처음으로 심혈관 아웃콤을 살펴본 DPP-4 억제제 삭사글립틴과 알로글립틴의 경우엔 각각 SAVOR-TIMI 53 임상과 EXAMINE 임상에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이 늘어나는 얘기치 못한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심혈관 아웃콤이 계열효과인지 알아보기 위해 시행된 세 번째 임상이었던 시타글립틴의 TECOS 임상에선 해당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이 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인 심혈관 아웃콤에서는 혜택이 확인되지 않는 중립적인 결과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리나글립틴의 CAROLINA 임상에 학계 이목이 쏠린 이유다.
포인트1. 3P-MACE 발생 위험도 감소, 비열등성 검증 완료 리나글립틴 치료군 "저혈당 입원 위험 최대 93% 줄여"
이번 결과를 보면, 심혈관계 위험이 늘어났거나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한 6033명의 성인 제2형 당뇨병 환자가 등록됐다. 이들에서 표준요법을 기반으로 설폰요소제인 글리메피라이드와 리나글립틴5mg(1일1회)을 비교해 심혈관계 안전성을 평가한 것.
1차 평가변수에는 심혈관계 사망을 비롯한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3P-MACE)이 첫 발생하기까지의 시간으로 설정됐다.
그 결과, 리나글립틴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증가하는 초기 제2형 당뇨병 환자에 3P-MACE 발생에 있어 글리메피라이드 대비 위험도를 2% 줄였다. 우월성 입증은 못했지만 비열등성 검증에는 합격점을 받은 것이다.
또한 심혈관 사망률이나 전체 사망률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모든 원인에 기인한 사망은 9% 감소, 심혈관 사망은 동일, 비심혈관 사망은 18%가 낮았다.
주목할 점은 안전성과 관련한 자료다. 문제로 거론되는 저혈당 발생에 있어 증상의 중증도 별로 위험도 감소폭이 컸다는 대목이다.
전체 저혈당 발생을 놓고는 글리메피라이드 대비 리나글립틴은 77%의 위험비를 줄였으며, 중등도 이상 저혈당에서는 82% 감소, 중증 저혈당은 85% 감소, 저혈당으로 인한 입원은 93% 유의하게 줄였다.
또한 대사관련 유효성에 지표에서도 리나글립틴에서 보다 호의적인 결과들이 나왔다.
진만 교수는 "최종 분석 결과 일각에서 DPP-4 억제제 계열약의 문제로 지적한 췌장염이나 췌장암 위험에서는 어떠한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더욱이 저혈당 발생을 놓고는 리나글립틴 치료군에서 중증도 별로 상당한 혜택을 보였다"고 밝혔다.
포인트2. "설폰요소제 글리메피라이드, 리나글립틴 덕 봤다" 51년간 이어진 논쟁, 심혈관 위험 경고문구 재논의 고려해야
CAROLINA 임상 결과에 또 다른 수확으로, 설폰요소제 글리메피라이드의 안전성도 함께 언급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FDA는 설폰요소제의 사용과 관련해 심혈관사망을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처방 전 환자에 해당 경고사항을 충분히 설명해주고 선택 가능한 대체제의 혜택까지 알려주라는 문구를 삽입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리나글립틴의 CAROLINA 임상은 이러한 설폰요소제의 심혈관 안전성에 임상적 근거를 마련해줬다는 점이다.
앞서 인슐린과의 설폰요소제를 비교한 UKPDS 임상을 비롯한 ADOPT 임상, ADVANCE 임상, RECORD 임상, TOSCA-IT 임상에 이번 CAROLINA 임상까지 설폰요소제의 위험성은 더이상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로젠스톡 박사는 "설폰요소제에 심혈관위험을 늘린다는 문제를 처음으로 지적한 1960년대 UGDP 임상에서 1세대 설폰요소제인 톨부타마이드(tolbutamide)가 위약 대비 심장 사망 위험을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경고가 나왔지만 이후 임상에서는 중립적인 결과들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임상 이후 51년간 학계에서는 끊임없이 풀리지 않는 논쟁이 이어져 왔는데, CAROLINA 임상을 통해 글리메피라이드의 심혈관 안전성을 재확인한 것도 하나의 수확"이라며 "추후 보건당국에서도 이번 임상근거를 고려해 글리메피라이드에 내려진 심혈관 사망 증가 경고문구를 재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날 학회 현장에서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고대안산병원 내분비내과 김난희 교수는 "심혈관안전성은 이전 임상근거들에서도 예측이 가능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저혈당 안전성이 높게 나온 것은 주목할 만하다"며 "CAROLINA 임상과 더불어 앞서 공개된 심혈관 및 신장질환에 보다 고위험군이 포함된 CARMELINA 임상에서도 리나글립틴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글리메피라이드의 심혈관 안전성이 재확인된 것도 포인트다. 결과적으로 심혈관 안전성 측면에서 선택옵션이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