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가 바둑을 통해 교류의 장이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승패는 갈리겠지만 오늘 하루를 만끽하겠다."
지난 23일 연세대 백양누리홀에는 '2019 보건‧의료전문가 바둑대회'에 참석한 보건‧의료계 전문가 200여명이 바둑 최강자를 가리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이 각자 배정된 자리에 앉아 상대방과 밝게 인사하던 것도 잠시 대국시작과 함께 바둑돌을 손에 쥐자 눈빛이 진지하게 바뀐다. 이날 인터뷰 중 '바둑은 인생과 같다'고 표현한 한 의사의 말처럼 매 경기 진중하게 접근하는 모습.
메디칼타임즈‧데일리팜‧K바둑이 공동주최하고 유한양행이 후원한 이번 바둑대회는 지난해 1회 바둑대회 당시 약사로 한정했던 것과 달리 보건의료계 모든 직역으로 참가자를 확대해 개최했다.
그 때문일까 의사, 약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역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지금까지 쌓은 기량을 뽐내며 자존심이 걸린 대결을 실시했다.
많은 참가자 중 눈길을 끈 전문가는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김영탁 교수(국제진료센터 소장)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덕규 부장(자동차보험심사센터 운영부) 두 사람 모두 보건의료계가 바둑으로 뭉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영탁 교수는 "초등학교부터 바둑을 둔지 50여년이 넘었지만 보건의료전문가 전부가 모인 대회는 처음인 것 같다"며 "대회가 풍성하게 열렸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경험도 쌓고 좋은 성적도 거두고 싶은 마음이다"고 말했다.
또 심평원 이덕규 부장은 "의사나 약사는 아니지만 보건의료계에 맞닿아있기 때문에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참가하게 됐다"며 "보건의료계 전문가들과 업무가 아니라 바둑으로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즐겁다"고 밝혔다.
바둑대회는 ▲면역증강조(5단 이상 최강부) ▲피로회복조(4단~1단) ▲활력충전조(1급 이하) 3개조로 나뉘어 토너먼트 실시간 대국으로 진행됐으며, 각 조별로 우승자 상금이 ▲면역증강조 100만원 ▲피로회복조 60만원 ▲활력충전조 40만 원 등이 주어졌다.
또한 선수 등록·조별 대진 추첨을 마친 보건의료전문가들은 예선을 거쳐 8강전, 4강전, 준결승전에 이은 결승전 까지 토너먼트 대국을 이어 갔다.
다만, 최강부인 면역증강조는 8강에서 이긴 최종 4인까지만 확정했다. 최강부 4인의 대국은 추후 K바둑의 채널을 통해 방송될 예정이다.
최강부 면역증강조 흥미로운 대진표…의사vs약사 자존심 싸움
오전 11시에 시작해 점심식사 후 오후 5시 30분까지 이어진 대국 결과, 면역증강조는 이광열 전문의(김해 메가병원 정형외과), 이동희 원장(천안 한마음 정형외과), 곽형준 약사, 이진수 약사 등 4명이 4강 진출권을 따냈다.
특히, 이번 면역증강조 4강 대진표가 이광열‧이동희 정형외과 전문의와 곽형준‧이진수 약사가 같은 시드로 배정돼 의사 간 약사 간 최강자를 가리는 것뿐만 아니라 결승에 올라간 전문가는 개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직역의 자존심을 건 흥미로운 대국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광열 전문의는 "일단 목표였던 4강에 올라 김해에서부터 올라온 보람이 있었다"며 "쉬는 날 먼길을 올라온다는 부담보다 같은 의료계 내에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난다는 기쁨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동희 원장은 "의사회 내에서 소개를 받아 참석하게 됐는데 운이 좋아서 4강까지 올라간 것 같다"며 "4강에 올라간 참가자 모두 실력이 비슷하기에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우승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예선에 탈락한 보건의료전문가들을 위한 프로사범과 함께하는 지도 다면기 대국도 마련됐다. 다면기 대국은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 양재호 9단, 하호정 4단, 김미리 4단 등 프로사범들이 참여해 보건의료 바둑 팬과 함께 호흡했다.
다면기(多面棋)란, 한 사람이 여럿을 상대로 동시 대국하는 바둑을 일컫는다. 프로기사가 아마추어 애호가들에게 지도바둑으로 베푸는 게 일반적이다.
"승부는 갈렸지만 가장 큰 성과는 소통"
피로회복조는 원성재 약사가 우승을, 소재경 한의사가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활력충전조는 추삼호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우승을 정찬헌 약사(오산삼성약국)가 준우승을 획득했다.
피로회복조 우승자인 원성재 약사는 "뒤늦게 신청을 해서 참석하게 됐는데 우승을 하게 돼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한동안 바둑대회 등 대외적인 교류를 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이런 자리에 더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번에 '2019 보건‧의료전문가 바둑대회'를 후원한 유한양행과 함께 호흡을 나눈 프로사범들도 보건의료전문가들과 바둑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유한양행 정동균 상무는 "작년에 좋은 결과를 만들었기에 보건의료전문인과 함께 한다는 기업이념처럼 보건의료전문가로 확대를 해서 후원하게 됐다"며 "함께 하면서 뜨거운 열기를 느꼈고 앞으로 또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