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 의대-의전원협회장, 환자쏠림 현상 부작용 지적
"연구는 커녕 학회갈 시간도 부족…정부 설득 나서야"
이인복 기자
기사입력: 2019-07-04 0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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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인해 국내 대학병원에서 학술 의학이 사라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학병원으로 인한 환자 쏠림 현상으로 교수들이 온전히 진료에만 매진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실제 교수가 해야할 일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희철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회장(고려의대)은 3일 한국의학교육논단(Korean medical education review)에 학술의학의 개념과 한국에서의 정착 가능성(The Concept of Academic Medicine and Its Potential Establishment in Korea)이라는 리뷰 논문을 게재했다.(10.17496/kmer.2019.21.2.63)
이 논문을 통해 한 회장은 우선 학술의학에 있어 대학병원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의료가 비약적 발전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대학병원의 존재 이유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임상 의학(clinical medicine)을 넘어 학술 의학(Academic medicine)에 매진하며 대학이 아닌 병원과 개원의들에게 의학적 지견을 전달해야 할 의무를 잊고 있다는 지적.
한희철 회장은 "대학병원은 새로운 의학적 지식을 생산하는 주체여야 하며 의료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러한 역할을 통해 세계 의학계를 선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대학병원은 정부 정책에 휘둘리며 세계 의료계를 선도할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듯 대학병원이 학술의학을 추구하지 못하고 임상 의학에 매진하며 병원, 개원가와 경쟁하는 구도로 가고 있는 원인을 2017년부터 시작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이른바 문 케어의 등장으로 제시했다.
대학병원의 환자가 20~30%씩 증가하며 발행한 환자 쏠림 현상으로 대학병원이 이미 마비상태에 이르면서 의료체계가 뒤틀리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게 되면 교수의 실력은 늘겠지만 이는 임상 의학일 뿐 학술 의학은 아니라는 비판이 된다.
한 회장은 "학술 의학을 추구해야 할 대학병원 교수들이 몰려드는 환자로 학술대회회에 발표는 고사하고 학회에 참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그나마 해외 논문을 통해 선진국의 발전된 의학을 받아들일 뿐 창조적인 학술 의학은 불가능한 얘기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전 국민 건강보험 체제 속에서 대학과 대학병원이 생존의 문제에 부딪히며서 홀로 독불장군처럼 학술 의학에 전념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결국 학술 의학의 핵심인 대학과 대학병원들이 이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를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하나의 원인으로 그는 의학 교육의 문제를 제기했다. 전 국민 건강보험 체제를 도입하고도 의료이 중심에 있는 의사를 양성하는데 정부가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후 전공의 수련과정조차 전혀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전공의들이 학술 의학의 발판을 마련하기 보다는 과중한 진료에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희철 회장은 "전공의 급여를 온전히 대학병원이 부담하다 보니 당연히 병원은 전공의를 근로자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교수들도 학술 의학의 미래를 키운다는 기본적인 생각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또한 전공의들도 완전히 병원에 종속되다 보니 교육을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왜곡된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며 "이제라도 의대생과 전공의가 근로자가 아닌 학술 의학을 위한 기반을 닦는 피교육자라는 개념을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회장은 이러한 역할에 있어 무조건적으로 정부에게만 매달려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대학병원들과 교수들조차 정책 변화에 치여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에서부터의 변화도 중요하다는 것.
비록 우리나라 의료환경이 어렵다 할지라도 의료계가 먼저 나서서 국민들에 중요성을 알리고 정부를 설득해가면서 대학병원의 존재 이유를 확립해 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한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학술 의학이 정착되지 못할만한 환경에 처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모든 것이 정부만의 책임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며 "우리나라 의대와 대학병원도 스스로의 존재 이유에 대해 깊은 성찰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그동안 의료계 스스로가 학술 의학의 필요성을 알리고 이에 합당한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했는지 스스로 물어보고 지금이라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며 "대한의학회와 한국의학교육협의회, 의대-의전원협회가 학술 의학을 세우기 위해 뜻을 보아야 하며 임상 의학의 중심에 있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도 함께 힘을 모아 비틀린 의료전달체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