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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대유행 앞에 '쪽대본'도 없는 K-방역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메디칼타임즈
기사입력: 2020-12-14 05:45:50
필자는 이전 칼럼(2020.3.9. 및 2020.4.6)에서 코로나19의 가을/겨울 대유행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생활치료센터를 단순 모니터링 센터로 쓰지 말고,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야전병원화하고, 산소포화도를 이용한 단순한 의료전달체계를 제안했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제 본격적인 3차 대유행에 대해서 무엇을 준비했는가?

대구/경북발 1차 대유행을 막은 것에 대해서 필자는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필자는 그 때 우리나라가 곧 우한처럼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대구/경북을 봉쇄(물리적인 봉쇄가 아니라, 시민들에 의한 자발적인 봉쇄)해야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통제가 된 것이다.

이에 대해서 당시 방역 책임자 중 한 분이었던 민복기 선생님은 'divine maneuver'라고 칭했는데, 그 이름에 무척 동의하는 바이다. 대구/경북 의료인 연합의 자발적인 헌신, 대구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쇄, 지방자치단체장의 적극적인 전문가 의견 경청 및 협조, 전국적인 지원 등 참으로 놀라운 헌신과 협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기적이 반복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의 2,3차 유행을 준비해야 된다고 말해 온 것이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된 것은 2차 유행의 시발점이었던 이태원발 집단감염이었다. 이 때 유행한 바이러스는 1차 대구/경북에서 유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아형보다, 훨씬 더 전파력이 강한 아형이었고, 현재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 아형도 이 아형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집단 감염의 온산이었던 클럽 방문자 중 약 수 백명이 끝까지 연락이 되지 않았고, 이 중 일부가 익명 검사를 받았다 할지라도 역학적 연결 고리가 끊어지게 된 것이다. 이후로 점차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는 확진자의 빈도가 늘어나게 됐다. 초기 방역 정책, 즉 적극적인 검사로 확진자를 찾아내고,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아내서 끊어내는 방법만으로는 방역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필자를 비롯한 모든 전문가들이 가을/겨울 3차 대유행에 대해서 경고했다. 스페인 독감의 역사적인 예를 통해서 3차 대유행은 예상이 가능했고, 우리나라와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는 방역 정책 아래에서 사람들이 지치는 시기에 발생하는 3차 대유행은 폭발적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도 있다. 그러므로 적어도 역학적 연결고리를 찾아내기 어려운 감염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때부터는 3차 대유행을 준비했어야 했다.

그런데 최근 "병상이 곧 떨어진다", "중환자실이 곧 포화상태다" 이런 뉴스를 보면 정부는 3차 대유행에 아무런 준비를 안 한 것인가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상급종합병원이 병상을 확보하는데 협조해야 한다"는 정보의 발표를 들으면서, 평상시에도 중환자실 포화도가 높은 상급종합병원이 어떻게 중환자실을 비울 수 있는가,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한 중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동안 사망할 수도 있는 가장 중증의 환자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걸 대책으로 내놓을 만큼 아무 준비가 없었다는 것에 참으로 안타까웠다.

우리나라는 평상시 병상 가동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다른 나라보다 의료시스템 붕괴가 빨리 올 수 있다. 그러므로 가을/겨울 대유행시 어떻게 의료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서 반드시 준비가 돼 있었어야 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말 그대로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의 초기이므로 정부의 쪽대본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중간에 감염자 수가 줄어들었을 때 나중 시나리오를 예측하고 제대로 된 대본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제는 쪽대본마저 중구난방인 느낌이다. 배우들(의료진과 국민들)은 지쳤고, 백신 구입은 늦어졌고, 이제 이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는 이제라도 대구/경북 1차 유행 방역을 진두지휘했던 전문가들을 포함해, 의료계 전문가들을 구성해서,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생활치료센터를 신속히 확충하고, 생활치료센터에서 경증의 환자들에게 산소를 공급해 중증으로 진행하는 비율을 낮춰야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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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 heef*** 2020.09.00 00:00 신고

    먹먹하네.
    의약분업때 당해놓고, 또 당하네. 일단, 코로나 넘기고, 재논의하자. 노력하자.
    추진'강행'은 안해주마. 애초에 논의한 적 없이
    일방적 발표였으니, 재논의도 아닌 거고, 노력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다 퉁쳤네. 추진 안 한다가 아니라 강행하지 않는다니,
    (현 정부 꼬락서니를 보면, 관변어용시민단체 다수 동원해, 국민뜻이라며 언론플레이후, 스리슬쩍 통과. 보나마나 '강행'은 아니라겠지.)
    정부 입장에서 도대체 뭐가 양보? 의사는 복귀하도록 노력한다가 아니라 복귀한다고. 욕먹고, 파업한 결과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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