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고령화 사회를 대비하자
90년대 이후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는 한국 사회의 큰 화두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를 준비하고 있으며, 의료계나 제약업계 등에서는 노인 의료 시장의 성장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노인전문병원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 메디칼타임즈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진행되는 정부 및 각계의 움직임과 쟁점에 대해 의료서비스 제공에 중심을 두고 살펴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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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료가 중요하다
② 노인병원 빛과 그림자
③ 사각지대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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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전문병원에 대한 희망과 우려
의료와 관련된 노인요양보험제도와 노인병 전문의제 도입 등과 같은 정책적인 고령화 대비는 미비하지만 노인전문병원 등에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료계와 병원계의 관심은 꾸준하다. 또한 제약산업 역시 고혈압과 같은 노인성 질환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노인전문병원의 경우 급성기 병상을 중심으로 하는 병원들이 도심이나 가까운 인근에 개원하고 있으며 외곽지역으로는 요양병상 위주의 병원들이 운영되고 있다.
M컨설팅사 관계자는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노인전문병원에 대한 시장성은 밝다”면서 “최근에 노인전문병원 개원을 고려하는 상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 등에서 노인전문병원으로의 전환에 대해 관심이 높다.
Y 노인전문병원의 관계자는 “대학병원과 경쟁하지 않는 것이 노인병원의 장점인 것 같다”며 “대학병원의 노인환자들이 장기 입원을 거부당해 노인전문병원으로 이송돼 온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경우 아급성 노인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인전문병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올해 2월 도심에 노인전문병원을 개원한 조항석 원장(연세노블병원)은 “노인전문병원 개원은 노인인구가 늘고 있고 장기요양환자와 전문적 치료시설의 요구가 크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노인 환자 치료의 어려움, 요양원 등과의 기능 중첩 등 어려운 점도 많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정책에 따라 노인전문병원과 요양원의 건설이 앞으로 계속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향후에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전에는 중소병원을 개조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노인전문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제는 차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노인 환자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장치가 그것이다.
연세노블병원의 경우 병실 바닥을 온돌 마루로 시공해 노인 환자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침대 역시 낮은 침대를 구비해 낙화 사고 등을 방지했다. 노인전문병원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투자비도 일반병원보다 높은 셈이다.
또 요양소와의 기능중첩에 따른 의료전달체계의 훼손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높은 본인부담금은 가장 큰 부담
200병상의 노인전문병원을 운영하다 포기한 A의료재단의 경우는 노인병원의 실패사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병원측은 실패요인에 대해 시기적 측면과 높은 본인부담금을 중요하게 언급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서울 강남의 인근에 있는 노인전문병원은 운영이 될는지 몰라도 소득이 낮은 지역의 노인 전문병원은 초기 운영이 쉬지 않았다”며 “높은 본인부담금을 치르면서 치료받을 환자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이 국민연금 및 개인연금을 수령하는 본인부담 능력이 되는 지금의 직장인들이 노인들의 세대가 되는 시기에는 경쟁력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구조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노인병원의 하나인 용인효자병원의 입원환자 진료비 분석에 따르면 노인환자는 간병비를 비롯한 부대 비용에 높은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진찰료, 입원료, 투약료 등의 진료부분은 47.6%에 불과한 반면 식대, 간병비, 기저귀 등 요양부분은 52.4%로 비율이 더 높았다. 요양부분에서는 간병비가 30.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이어 식대(17.8%), 기저귀(3.3%) 순이었다.
특히 본인부담금액 중에서는 간병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5%를 상회해 환자가 지불하는 본인부담액의 절반이 간병인력 고용에 따른 비용이었다. 이 때문에 실제 노인병원에서 요양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매달 100만원 이상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시립이나·공립 노인병원 역시 정부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진료비 구조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기병상으로 운영하는 J병원의 경우 6인실 기준으로 의료보험환자일 경우 한달에 2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노인병원 은송병원 관계자는 “그래도 대학병원에 비하면 노인 진료비가 싼 편”이라며 “공동간병인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간병비가 대학병원에서 150만원든다면 여기서는 60만원이면 해결 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노인 환자에게는 만만치 않은 돈이다. 이 때문에 노인요양보험에 요양병원의 간병비는 지원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 것 역시 급성기병상 위주인 노인 진료 병원과는 별개 사인이다.
결국 노인전문병원이 활성화되고 원활하게 돌아갈 조건을 정부가 만들지 않으면 노인들이 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반쪽자리 노인요양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노인 전문 의사 인기 있을까
미국의 사례는 주목할만하다. 미국에서는 내과 및 가정의학과 수련을 마친 의사들이 일정기간(2년)의 fellowship 과정을 통해 노인의학 전문의 자격을 부여한다. 초기에는 시험을 통과하는 의사들에게 인정의 형태의 자격을 부여했는데, 8,237명의 노인병 전문의가 생겼다.
하지만 이 기간이 끝난 후, 수련을 강제했을 때에는 숫자가 급감했는데, 1996년에서 2001년 사이에 새롭게 배출된 노인병 전문의는 1,63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노인병 전문의 수련을 지원하는 숫자가 극히 저조하다.
대한노인병학회 윤종률 부회장은 “노인 환자의 진료는 특성상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치료경과는 잘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노인환자를 다루는 일은 어렵다”면서 “의사들이 힘들고 어려운 노인환자를 보는 것보다는 다른 전문영역을 쉽게 찾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노인 환자 진료에 대해 수가 등에서 인센티브를 주지 않는다면 노인 전문 의료 인력의 활성화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