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달에 한번씩 있는 월례집담회가 있는 날이에요. 우리 가정의학과 의국원들이 함께 모이는 날이기도 하구요. 발표 준비 땜에 좀 정신이 없네요. 자, 이쪽으로 오세요.”
의국탐방 몇 회만이던가? 처음으로 여자 레지던트가 있는 의국 탐방이다!
상냥한 목소리와 웃음띤 얼굴보다 더 보기좋은 모습이 있을까. 손에 책을 챙겨들고 하얀까운을 입은 채 서둘러 움직이며 설명하는 2년차 도현진 치프와 오신영 전공의를 따라 의국으로 이동했다.
의국문을 열고 들어가자 분주히 진료카드를 작성하고 무언가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는 두명의 전공의가 보인다.
한명은 열심히 시험준비 중인 3년차, 다른 한명은 곧 새신부가 될 1년차 고은선 전공의다.
“언니, 드디어 우리도 탐방 취재가 시작되는 거야.” 1년차의 발랄함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의사업계 3D(?) 업종 중심 의국을 다니던 기자에게 의국장을 부르는 ‘언니’라는 호칭이라니...얼마 만에 들어보는 신선한 표현인가!
아무튼, 사뭇 새로운 분위기에서 가톨릭대 가정의학과 의국탐방이 시작됐다.
가정의학과는 사람을 위한 과
곧 청일점인 2년차 권태연 전공의가 의국으로 뛰어들어 온다. 척 보기에 진지함속에 장난스러움이 엿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취재말미에 성유리 닮은 사람과 소개팅 시켜달라고 졸라댄다. 하지만 이때껏, 성유리 닮은 사람 보지도 못했다. ^^;;)
가톨릭대 가정의학과 의국원은 3년차를 포함해 총 27명, 3년차 8명을 제외하고 1년차와 2년차가 각각 9명과 10명이다.
의국원들 남녀 비율은 50:50, 많은 전공의가 있지만 의국에서 함께 생활하는 숫자는 많지 않다. 다들 파견근무와 순환근무를 나간 상태란다.
카톨릭 교구로 연계된 대학 특성상 파견과 순환근문가 잦아 의국원들이 모이기 힘들지만 모이면 자연스레 한가족이 돼 똘똘 뭉치기도 잘 한다고 전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가톨릭대 가정의학과 OB 선배들의 모임 이름도 ‘한가족’ 이라고.
일단 가정의학과라는 다른 과에 비해 1년 짧은 3년의 의국 생활을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3년차 전공의의 경우 다른 과 4년차와 동일하게 10월까지 진료를 하고 시험을 준비하러 나가게 된다.
“가정의학과는 병을 위한과가 아닌 사람을 위한 과입니다. 심각한 질병의 경우 각과 전문의에게 의뢰하겠지만 일상적인 질환의 해결을 넘어 환자 질병발생이전에 예방과 교육,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질환 선별에 더욱 중점을 둔다는 점이 타과와 크게 다른 점입니다.” 2년차 권태연 전공의의 설명이다.
일차의료의 중점에 서서
가정의학은 연령, 성별, 질병의 종류에 구애됨이 없이 가족을 대상으로 지속적·포괄적인 의료를 제공하는 학문으로 1차 의료(Primary care) 기관의 중점에 서는 역할을 하게 된다.
가정의는 질병의 예방부터 재활까지를 책임지는 상담과 진료를 시행하게 된다.
그래서 가정의학 전공의에게 다양한 임상경험은 필수항목. 카톨릭대 가정의학과의 경우도 임상실습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의국원들은 각각의 과로 파견을 나가서 타과 의국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입원환자를 돌보게 된다”고 도현진 치프가 설명한다.
각년차의 레지던트들은 모든 질병의 90% 이상을 치료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정신과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광범위한 분야를 반복해 수련 받게 된다.
파견은 1년차의 경우 내과와 소아과 외과 응급의학과 피부과 등을 나가고 2년차의 경우 산부인과 정신과 류머티스 내과 등으로 1년차 파견을 반복하되 외래 위주의 수련을 받게 된다.
레지던트 3년차의 경우 외래환자가 업그레이드된다.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이비인후과 환자를 진료하고 내시경 검진 등을 실시하게 되면서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면서부터 입원·퇴원할 때나 안 아플 때까지 건강을 책임지는 지속적·포괄적 개념의 가정의에 한걸음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가족 건강 책임지는 가족 주치의로
가정의학과의 경우 다양한 과와 여러 질환을 각각 또는 종합해서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와 가족 전체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는 만큼 특히 외래기간이 길다고.
“가정의학과는 시간이 많이 남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자기역량을 개발하는 시간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각종 연수강좌를 쫓아 쉴새 없이 성장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거든요.” 어제도 노인병학회와 암센터 연수강좌에 참가했다는 권태연 전공의의 하소연이다.
“2년차와 3년차의 차이는 환자와의 교감과 친밀도의 차이라고 보여져요. 경험이 쌓이는 만큼 환자에 대해 파악하는 내용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분위기 메이커인 고은선 전공의의 설명이다.
예전의 경우 타과에 비해 1년의 수련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고령(?)학번이 많았지만 요즘은 소신있게 가정의학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점점 의국원들의 평균나이가 젋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고 의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나자 어느새 월례 집담회 시간이다.
Metabolic Syndrome
서둘러 미로같은 가톨릭대 의대 건물을 헤메고 복도를 돌아 강의실 202호에 도착했다.
식사를 위해 다시 식당으로 이동, 이제 막 관혁악반에 들어온 듯한 친구들의 불량화음연주 속에서 준비된 도시락과 커피음료를 맛있게 먹고 이번 집담회 자료집을 챙겨들었다.
"다른과를 돌다가 이렇게 1달에 한번 컨퍼런스 때 만나면 친정식구 만나듯 너무 반가워요." 전국 가정의학과 3위를 기록했다는 모범생 2년차 오신영 전공의의 말이다.
발표자는 레지던트 1년차부터 3년차까지 4명, 참가자는 스텝교수와 파견간 전공의들 포함 약 30여명. 학술 발표주제는 자료집 제목이기도 한 ‘Metabolic Syndrome’이다.
Metabolic Syndrome, 우리말로 번역하면 ‘대사성 증후군’이다.
고혈압, 비만, 고중성비방혈증, 저HDL 콜레스테롤혈증과 같은 심혈관계 위험인자가 흔히 동반돼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대사성 증후군’으로 1980년대 후반 Reaven에 정립된 것이란다.
특히 고협압, 비만 통풍이 함께 나타나는 질환은 X Syndrome등으로 다양하게 지칭된다고.
각 년차의 레지던트들이 정의부터 유병률, 각 질환의 병태생리와 대사성 증후군 진단 및 평가, 치료방법 등을 발표하며 집담회에 참석한 스텝교수와 펠로우 전공의 동료들의 질문에 답한다.
2시간이 넘는 열띤 컨퍼런스와 집담회 자료와 가정의학회지까지 챙기느라 빵빵해진 가방과함께 의국탐방도 마무리가 되었다.
카톨릭 대 병원을 나서다 어느새 까맣게 별이 수놓아진 하늘을 올려다보니 레지던트 2년차의 말이 떠오른다.
“가정의학과는 ‘너를 ~한 의사로 만들어 주는 곳’이 아니라 ‘자신이 ~한 의사가 되게 하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력한 만큼 개개인의 편차와 능력차이가 심해지는 거죠.”
1차 진료를 책임질 미래이자 우리 가정의 주치의, 그들이 가정의학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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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을 주는 탐방 뽀나스 ‘가정의학과’ 5행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