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의료기사들의 반란, 이대로는 안된다
간호사 단독법 제정 시도에 이어 최근 물리치료사협회가 의료기사에관한법률 개정 입법청원을 제기, 의료기사의 직업수행권을 보장받기 위한 몸부림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와 의협은 본질적인 문제의 해결보다는 관련법 개정의 당위성을 부정하기에만 급급한 실정이다. 따라서 의료기사들의 개정노력이 좌절될 경우 그들의 가시적인 실력행사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기사와 관련된 제도의 문제점을 알아보고 해법은 무엇인지 집중분석해 본다.
----------<글 싣는 순서>-----------------
①의료기사 반란의 서막
②직업수행권을 둘러싼 쟁점
③본질적 문제와 의협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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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2003 보건의료인력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1년까지 의료기사 면허취득자 수는 총 13만1403명으로 95년 8만5313명에서 무려 5만여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기준으로는 12만2331명으로 약 1만여명이 증가해 의료기사는 날로 그 수를 더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의료기사의 각 직종별 취업률은 평균 50%에 그치고 있어 인력수급 정책에 본질적인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인력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교육부의 승인으로 대학별 물리치료학과나 임상병리학과 등 의료기사 직종과 관련된 전공과목의 설치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무관심한 탁상행정, 의료계 분란 초래
국내에서 의료기사를 배출하는 학과로는 물리치료학과를 비롯해 총 8개 전공으로 국공립을 포함 총 32개 대학에서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한 지방대학 입학과 관계자는 "의대 등의 설치는 비용과 설치 기준면에서 승인이 까다롭기 때문에 대학에서도 비교적 신입생 수요가 많은 의료직업군에 대한 전공과목을 늘리려 한다"며 "학생입장에서도 비교적 진로가 안정적인 의료계쪽 전공을 지원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3년 대학입시에서도 서울보건대학교 물리치료학과 수시모집은 경쟁율이 평균 64 : 1 수준으로 일반 학과에 비해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물리치료학과를 비롯한 의료기사 관련학과 재학생들은 졸업 후 직업의 안정성과 직업수행에 대해서는 제대로된 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H대학 임상병리학과에 재학 중인 이 모씨(24, 여)는 "졸업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긴 하지만 실제 경험해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음에 와닿진 않는다"며 "사실 물리치료사의 단독개원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잘 이해가 안되는데 경력자에 한해 개원하겠다는 것에 굳이 생존권을 들먹일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리치료사협회 관계자는 "사실 학생들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복지부와 교육부가 명확한 인력수급 정책을 세우고 그에 따른 제도개선이 필요하지만 복지부 실무자는 물리치료사의 입장을 이해해도 의사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설명을 하곤 하는데 이는 정부가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지도'규정 시각차 심각...명확한 정의 필요
의료기사의 지도규정에 대해 의협과 의료기사 단체들의 시각차는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물리치료사협회에 따르면 물리치료에 대한 의사의 지도규정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유명무실한 상황으로 의료기사들에게 불필요한 규제로 인식, 막연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적인 예로 물리치료실을 운영하는 서울 삼성동 E정형외과의 경우 의사의 지시에 따라 물리치료사 재량으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물리치료 과정에 대한 의사의 지도는 없었다.
물리치료사 K씨는 "필요에 따라 물리치료를 실시하기까지는 의사의 지시가 필요하지만 물리치료과정에서 구체적인 업무지도는 여지껏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물리치료사협회는 의대 교육과정에서 물리치료에 대한 교육은 단 1시간에 불과하다며 물리치료만 따지면 3~4년의 교육을 받은 물리치료사가 업무지식면에서 앞서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도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정형외과 원장은 "물리치료사에 대한 지도는 구체적인 물리치료 과정에서의 지도라기 보다는 환자의 전반적인 치료적 측면에서 의사의 지도로 봐야한다"며 입장차를 드러냈다.
일선 정형외과 등 개원가는 물리치료가 구체적인 치료방법의 선택 등은 전문가인 물리치료사에게 위임할 수 있겠지만 환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책임은 의사에게 있으므로 치료과정에 포함되는 물리치료는 의사의 전반적인 치료의 틀에서 지도로 규정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 의료기사관련법률에서 '지도'규정은 그 구체적인 설명과 한계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고 물리치료사나 의사에게 서로 다른 해석을 가능케 함으로써 분란의 소지가 되고 있어 이에 대한 명확한 법적해석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협, 조정자 역할 필요"..."의료기사, 수가투쟁 동참해야"
물리치료사협회는 의협이 의료기사를 포함 모든 직역군을 총 망라한 수장으로서 각 직역에 비전을 제시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치협 원종일 회장은 "여지껏 의협은 문제를 외면하며 대화를 시도하지 않고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며 "의료기사 문제가 의료계 내에서 의협의 조정으로 내부에서 해결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입법청원 등의 방법들이 제기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협은 의료기사들을 총 망라한 모든 직역의 총 사령부로서 그 역할을 해야하나 단지 의사들의 권익만을 위해 40여년간 의료기사 문제에 소홀히 했다는 것이 사태의 큰 원인"이라며 "의협이 리더쉽을 발휘해 의료기사의 비전을 제시하고 개선을 약속한다면 굳이 외부의 방법을 택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의료기사의 문제는 의료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 시각을 함께함으로써 해결법이 오히려 간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리치료사의 수급문제는 의료기관의 고용포기에 따른 것이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은 불합리한 물리치료 수가를 개선하고 부당삭감 등에 항의하는 투쟁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 백경열 공보이사는 "의료기관에서 물리치료사 고용을 기피하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저수가와 부당삭감으로 인해 물리치료실을 운영해도 운영에 따른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백 이사는 이어 "이러한 원인에 비추어 볼 때 의료기사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은 오히려 간단할 수 있다"면서 "동반자적인 입장에서 의협의 수가투쟁에 동참한다면 비젼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