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의료분쟁의 실태와 전망
의료분쟁조정법이 표류하고 있는 사이 의료소송은 해마다 증가해 2003년 민사소송 접수건수가 1천건을 돌파했다. 소송이나 분쟁에 휘말리지 않은 병원을 찾아보기 어렵고 절반에 가까운 개원의가 매년 환자와의 큰고 작은 갈등을 빚고 있지만 중재할 만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하다보니 의사 스스로 극복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소송으로까지 전개되는데 대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며 승소여부와 관계없이 의사와 소비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환자의 무리한 요구인지 또는 의사의 과오인지를 따지기 위해 법정다툼으로 확대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의료분쟁과 소송에 대한 현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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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늘어가는 의료소송
<하>신뢰 회복·법적 보완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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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식 방어적 진료...소비자도 피해
의료분쟁과 소송의 증가는 소신진료를 방해하고 방어적인 진료를 유도, 의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방어적 진료는 한동관 의료법학회 회장 등이 발표한 여러 논문을 통해 과잉진료 또는 (응급)환자기피현상 등의 부작용을 양산, 환자에게 의료비의 상승 부담을 주고 의료의 목적 달성에도 부작용을 준다고 지적한다.
실제 04년 대구시의사회 권재일 법재부장이 발표한 석사논문중 설문조사 결과도 개원의 46.4%는 분쟁을 의식율이 높다고 답했으며 분쟁을 겪고 난 후 진료에 신중해졌다는 답변과 함께 환자 고르는 경향, 진료범위 축소, 응급환자의 기피 등의 진료변화 형태를 보였다.
또 불필요한 검사, 고가약 처방, 제왕절개술 선호 등 소비자의 의료비용 증가가 따르는 방어적 진료로 변모한다고 답해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아울러 의료과오소송으로 인한 비용 및 의료사개배상책임보험 등으로 인한 비용부담 등도 결국 환자가 지불하는 의료비에 전가된다는 점도 간과되어서는 안될 부분이다.
분쟁·소송의 장기화와 조정제도의 부족
소송과 분쟁의 증가가 의사·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 제대로 된 조정기구를 찾기 쉽지 않고 의사의 대응책도 아직 미미하다.
현행의료법 상 16개 지자체에 설치된 의료심사조정위원회는 03년 단 6건의 분쟁만을 다뤘을 뿐이고 소비자보호원 정도가 그나마 역할을 해주고 있는 실정이지만 강제 집행권이 없는 상황에서 의료계나 소비자단체들의 요구수준을 수용하기엔 역부족이다.
의협 공제회와 의료배상공제회 및 현대해상의 의료배상보험도 대구지역 개원의 기준으로 53.3% 만 가입돼 있고 이마저도 1천만원 보장한도의 공제회 가입이 대부분으로 충분한 보장성이 확보된 보장성 공제보험의 가입비율은 극히 낮다.
법률사무소 해울의 이인재 변호사는 “모든 의료기관이 높은 보험료를 통해 의료분쟁에 대비해야 하는 시스템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며 “그러나 제도적 뒷받침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 유일한 대안일 수 밖에 없는 현실” 이라고 설명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보상금을 받기위해 1심만으로 1~2년이상 소비해야 하고 의료기관의 항소·상소율이 높아, 수년 이상 법정 공방을 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소송으로 인한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아울러 의료과오 소송은 환자의 문제제기를 통해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환자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는 판결 흐름에도 불구 의료인의 승소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은 과실여부가 판별돼야 하는 소송과 함께 소비자의 무리한 소송진행도 한몫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변호사와 소보원 관계자는 성형외과 관련 치료효과의 불만족 등 생소한 소송·분쟁건을 접하게 된다며 이는 의사나 소비자 모두에게 바람직 현상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어 분쟁 조정 등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법 4월 발의...신뢰회복 병행돼야
의사협회가 의료사고 구제제도 법안을 마련 복지부에 제출한 때는 91년. 15년이 지난 지금도 이 법안은 정부부처, 의료계와 소비자단체의 이견으로 표류하고 있다. 표류하는 동안 소송 1천건 시대를 돌입했고 환자는 환자대로 힘들어했고 의사도 일부의 과도한 요구에 시달려야 했다.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이 법안이 다행히 오는 4일 임시국회에 제출를 목표로 활발한 준비작업이 진행중이다.
의료분쟁조정법 발의를 준비중인 이기우 의원실에 따르면 2월 의협 등에 대한 이해단체 의견조회와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4월 발의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우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 법 조항이 마련된 상황이 아니라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지만 4월 발의, 올해 내 국회통과를 목표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의협은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도입과 국가 의료피해구제기금 마련, 형사처벌특례제도에 대해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법제처는 특례제도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기획예산처는 기금조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시민단체의 경우도 구제기금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반면 형사처벌특례제도와 필요적 조정전치주의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에 있어 부처간 또 의료계와 시민단체간 조율이 선행돼야 제도시행이 가능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방어적 진료 등에 사회적 비용 증가와 소송·분쟁 증가에 따른 의사와 소비자의 피해가 방치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을 전제하고 적극적인 제도도입 논의가 전개되길 기대한다.
조정법과 병행해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회복에 대한 적극적인 모색이 요구된다. 그간의 각종설문에서 의사·환자간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상이 신뢰도가 높다가 답한 반면 향후 신뢰도 악화를 예상하는 비율은 70~80%선에 달한다.
신뢰도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는 것을 그대로 현상으로 보고 지나칠 사항은 아니다. 문제점을 진단하고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의료계의 몫이고 과제이다.
의료분쟁 조정법이 신뢰회복의 계기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