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병협 법정단체 추진 배경과 과제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7월15일 법정단체화와 관련한 의료법 개정안(김성순의원 대표발의)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대한의사협회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의협은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고 나섰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병협은 법인등기갱신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 등 후속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의료계 일부에서는 아직까지 병원협회의 법정단체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메디칼타임즈는 병협의 법정단체화에 대한 기획특집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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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왜 법정단체인가?
제2부: 의협과의 끊임없는 갈등
제3부: 남겨진 과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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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병원협회는 지난해 10월 민주당 김성순의원 소개로 법정단체화 관련 의료법개정에관한청원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법안의 주요 골자는 '의료법 제3조 제3항이나 제5항의 규정에 의한 의료기관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전국적 조직을 가지는 단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안 제45조의 2)' 하는 것.
당시 병원협회는 청원 이유에서 1967년부터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공적인 기능을 갖고 있고, 의사· 치과· 한의사·조산사·간호사 등은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는 단체를 설립하도록 강제화하면서도 의료기관의 단체설립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어 의료법에 의료인 단체를 설립하도록 한 것처럼 의료기관 단체를 설립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는 약사법에 약사회와는 별도로 약업 단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한 규정과의 형평성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병원협회가 의료법상 법정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받고 있다며 의사, 간호사, 약사 등 여러직종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병원은 의료인 단체와는 명백히 다르다고 말했다.
병협은 이어 (병원협회를) 법정단체화 하면 국민보건 향상에 기여하며,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으며 회원의 강제가입이 문제된다면 임의가입으로 규정을 신설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올해 3월 이부영의원 외 2인의 소개로 의료법개정반대에관한 청원을 제출하면서 병원협회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은 6월 병협의 법정단체 입법요청은 임의단체인지 법정단체를 요청하는 것인지 논리의 일관성이 없고, 임의단체라면 현행 민법 및 의료법에 의해서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며 법정단체를 요구하는 것은 규제개혁이라는 시대의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의료계의 어려운 상황에서 한 목소리를 내어 장기적인 국민의 건강수호라는 목소리를 달성해야 하는 의료계의 한 구성원이 독자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은 법 논리의 정당성을 넘어 국민의 희생하에 자신의 이익과 통제력을 추구하겠다는 분열주의적 이기주의 사고에 근거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의료법상 법정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
병원협회의 법정단체화 배경에는 의료계의 주요 현안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다.
청원서에서도 언급되어 있듯 병원협회는 의료법상 법정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각종 정부 정책결정 과정에서 번번히 배제되고 있어 손해를 입고 있다는 불만를 갖고 있다.
병협은 의사는 의사협회의 회원이지만 병원은 그 회원이 아니며, 나아가 병원을 회원으로 하는 병원협회는 의사협회의 산하단체가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의협에 종속된 단체가 아닌, 동등한 의료계 단체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지난 6월 19일 복지위 법안심사소위가 의료법 제45조 2항에 강제가 아닌 임의 가입 형태의 사단법인을 설립하도록 결정한데 대해 김광태 회장은 "우리는 보건의료 중요 정책에 참여하지 못하고 계속 소외되어 왔다"며 "이번 결정은 병원의 입장이 중요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는 1999년 이른바 5.10 합의당시 의협이 병원협회를 배제한 상태에서 약사회 및 시민단체와 합의함으로써 결국은 병원약국이 폐쇄되고, 또 분업이후 의원은 호황을 누린 반면 병원은 쇄락의 길로 접어드는 등 막대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해온 것과도 무관치 않다.
한 관계자는 "이 합의로 인해 병원 약사의 외래 조제권이 박탈당했다"며 "이제부터는 병원과 관련한 정부 정책이 협회의 합의 없이 일방통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안을 둘러싸고 의협과 병협의 갈등은 곳곳에서 노출됐다. 의약분업을 앞둔 2000년 6월 20일 1차 폐업과 한 달 후인 7월 단행된 2차 폐업투쟁에 병협이 소극적인 협조로 일관한 것과 의협이 전공의와 병원의사 협의회를 의협 공식기구로 인정하는 등 치열한 힘겨루기를 계속해왔다.
결국 병원협회의 법정단체화를 놓고 의협과 병협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인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고 있다.
병원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법정단체로 인정받게 되면 정부의 각종 정책 입안 단계에 파트너로 참석하는 자격을 갖게된다. 지금은 의협이 병원계 대표까지 도맡고 있으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의협서 묵시적으로 수용한 측면도 없지 않다"고 의미 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병협이 회원의 가입조항과 관련, 강제가입을 임의가입으로 한발 물러섰기 때문에 반대할 명분이 그만큼 약해진게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의협이 묵시적으로 수용한 측면도 없지않다"
의료계 일부, 특히 병원계에서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병협에서 강제가입이 임의가입으로 바뀐 것을 계기로 의협이 한발 물러선 부분이 없지 않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하지만 병원협회는 회원의 가입 조항을 강제화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다. 협회의 역할을 강화해 회원 가입을 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협회는 나아가 미국 병원협회를 모델로 삼아 병원의사, 제약회사, 의료장비업체 관계자까지 광범위하게 회원으로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자상거래를 통한 의약품, 의료기기 등 의료용 물품분류 표준화와 사업은 향후 병협의 핵심사업중 핵심인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협회는 올해 산업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내년까지 '기업간 네트웍 구축지원사업'에 대한 연구를 벌일 예정이다. 올해 연구비로 5억2천만원을 지원받았다.
김광태 회장은 이와 관련 , 지난달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법정단체화를 계기로 회원병원과 비회원병원과의 현실적인 혜택을 차별화해 비회원이 자발적으로 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병협은 그동안 이익단체의 성격을 벗고 법정단체로 새로 구성되면 우리나라 전체 병원을 대표하는 중앙단체로서 각종 제도개선 및 사업추진을 원활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의료법에서 인정한 명실상부한 의료기관들의 중앙회로서 주요정책결정과정에 의사단체등과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으며 회원가입률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1,3000개 병원급 의료기관을 회원으로 거느린 대한병원협회의 용트림이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