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 CT 사용 합법 판결 항소심과 관련해 원고측 변호사가 최근까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사실이 알려지자 ‘전관예우’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보건소는 2004년 11월 한방병원도 CT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서울행정법원이 판결하자 지난달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원고인 K한방병원은 10일 항소심 소송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바른법률의 김치중, 홍지욱, 피영현 변호사를 선임했다.
논란은 김치중 변호사가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 부장판사로 재직하다 법복을 벗은 지 채 한달도 지나지 않아 같은 법원에 계류된 CT 항소심을 수임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전관예우 관행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한솥밥을 먹었다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다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11일 “갓 판사직을 떠난, 그것도 부장판사를 지낸 변호사에게 사건이 몰리는 것은 다 전관예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면서 “적어도 같은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은 법조인의 양심상 수임 받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를 전관예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관예우는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예를 들어 형사부 판사가 민사사건을 변호한다면 연관성이 미약하다”고 강조했다.
김치중 변호사의 경우 과거 형사8부 부장판사를 역임했지만 CT 소송은 특수부에 배당돼 있어 전관예우 우려가 낮다는 것이다.
변호사 S씨 역시 “전관예우는 판사들이 가장 치욕스럽게 여기는 것”이라면서 “선배나 동료 판사였다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편드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어쨌던 이런 논란은 CT 항소심이 의료계나 한의계의 향후 시장 판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에 따라 양측이 총력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신경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K한방병원 CT 행정소송은 서초구보건소가 지난해 이 병원이 CT 촬영을 한 것을 적발해 의료법 위반으로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자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한방병원도 CT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