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는 결박을 해서라도 조치했어야 한다는 요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가운데 해당 병원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서 주목된다.
앞서 대법원은 농약을 마신 후 자살하겠다며 치료를 거부, 사망한 홍모씨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치료거부로 위세척이 불가능했다면 망인을 결박하는 등으로 억압한 후 조치했어야 한다"며 병원측에 총 9천8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15일 사건 당사자인 충남S병원은 인력이 부족한 중소병원이 야간진료실을 운영하면서 극도로 흥분된 상태의 환자를 제지하고 제대로된 치료를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판결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병원측에 따르면 당시 진정제의 투입은 농약의 독성이 빠르게 전이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함부로 투여할 수 없었고 치료를 거부하는 환자의 완력이 워낙 거세 위세척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주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당시 응급실 직원들과 간호사 등 주변 사람들 5~6명이 붙어 위세척을 실시하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면서 "여성 간호사는 완력저지에 별 도움이 못되는데다 남자직원 등 인력이 충분치 않은 중소병원에서 치료를 완강히 거부하면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병원측은 또 이번 소송으로 인해 병원 경영이 크게 악화됐다며 의료현실보다 법리해석에 치중한 판결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병원 재정을 담당하는 사무국장 O씨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1심 판결의 예탁금 형식으로 1억5천만원을 지급했으나 요양급여도 함께 가압류되는 바람에 이중고를 겪었다"면서 "현재 변호사 비용도 주지못한 상태로 직원들 월급 연체분은 원장이 개인적으로 빚을 얻어 해결했다. 언제 또 이런 일이 터질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 의료소송 전문가들은 사건 당시 사망한 홍모씨가 위세척을 거부했지만 수액주사 투여는 응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위세척 거부는 보통의 환자에서도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를 환자의 치료 거부의사로 단정할 수 없고 특히 위세척에 실패한 환자가 수액주사를 맞은 점은 이를 반증한다는 판단이다.
종합법률사무소 서로의 유현정 변호사는 "의사는 환자가 농약을 마신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위세척을 포기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수액주사외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과실로 인정될 수 있다"며 "특히 수액주사에서 아트로핀 0.5mg 투여에 그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판결이 의료현실을 간과한 것이라며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