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조산원에서 무리하게 자연분만을 고집하다 분만사고를 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조산사의 병원이송 책무가 강조되고 있다.
최근 청량리 경찰서에 따르면 무리한 자연분만 시도로 태아를 사망케 한 혐의를 비롯해 지난해 7월부터 총 5건의 분만사고를 낸 서울시 동대문구에 위치한 'ㅇ' 조산원 원장 서 모씨(여, 조산간호사)를 불구속 기소하고 혐의사실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인력과 장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조산원에서 의학적인 조치가 필요한데도 즉각 의사에게 이송치 않아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종합해 의학적 조치의 필요성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분만 중 사고를 당한 박 모씨는 "난산으로 출산이 어려워 긴급한 수술이 필요했으나 해당 조산원은 계속 유도분만을 고집했고 무리한 흡입분만으로 결국 태아의 두개골이 골절돼 사망했다"며, "1시간도 넘게 걸리는 병원을 소개해 산모를 택시에 태워 이송시키는데도 조산사는 대동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 산모인 김 모씨는 “13시간의 난산으로 진통을 거듭하기까지 해당 조산원에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가 태아의 두개골 몰딩 위험을 이유로 집게로 태아를 꺼낸 후 아기의 심장이 약하고 호흡이 거의 없는데도 탯줄을 잘랐다”며 “탯줄을 자름과 동시에 아기는 사망했고 인공호흡을 했지만 아이의 생명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 조사에 따르면 문제가 된 조산원은 제왕절개를 2번이나 실시한 기왕력자인 산모에게 자연분만이 가능하다고 유도해 분만 중 자궁이 파열돼 태아는 사망하고 산모의 자궁 전체를 적출하는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산부인과 전문병원 H 산부인과 전문의는 “제왕절개 경험이 있는 산모는 자궁이 파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자연분만은 위험하다”며 “무리한 자연분만 시도로 인한 책임을 회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산모들이 자연분만을 원하는 것을 이용해 응급상황에 대비한 태아 상태 점검과 수술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조산원에서 무리하게 자연분만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산부인과 개원의협회 최영렬 회장은 "의학적 지식을 갖춘 조산간호사가 분만을 유도하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지만 난산으로 인해 산모와 태아가 위험에 처할 경우, 긴급히 병원으로 이송해야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