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시립동부병원 민간위탁 사업 지연이 시립서대문병원의 노인·치매병동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시립서대문병원은 지난해 병원 신축과 함께 신경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6개 진료과목을 추가해 노인·치매병동을 새로이 갖췄으나, 간호사 등 의료진을 확보하지 못해 정상적인 진료를 펴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중 동부병원의 민간위탁 성사를 염두에 두고 병원내 기존 인력을 서대문병원에 배치할 예정이었기 때문.
서대문병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11월 신축병원 이전으로 3개 병동 530개 병상을 확보한 뒤 올 5월부터는 치매·노인병동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었으나 인력충원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병원은 현재 치매병동(90병상)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노인병상 역시 200병상 중 50병상만을 가동하고 있다.
또한 당초 5월로 예정했던 치매·노인병동을 올 연말 신축병원의 완공에 맞춰 가동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반면 서울시는 동부병원의 민간위탁 계획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따로이 서대문병원의 인력충원계획을 세울 뜻을 비치지 않고 있어 신설 병동의 정상운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서대문병원 측은 "서울시가 병원운영의 직접적인 권한을 쥐고 있는 만큼 동부병원을 민간에 위탁 운영시키지 못하더라도 다른 대안을 강구할 것으로 안다"며 주변의 우려와는 다소 다른 반응도 보였다.
결핵환자 전문병원으로 잘 알려진 이 병원은 초기 노인병동과 치매병동만을 따로 떼어 현재 계획 중인 동부병원과 같은 형태의 민간위탁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동부병원의 경우 아동병원, 정신병원, 결핵병원 등과는 달리 일반종합병원이라는 특성상 서울시가 향후 환자유치 등에서도 비시립병원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해 실제 민간위탁이 성사될 경우 인근 의료기관과의 경쟁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동부병원의 한 관계자는 “동부병원의 낮은 병상가동률을 민간위탁의 근거로 드는 서울시가 또 다른 시립병원의 병상가동률 저하를 방치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시민단체 측도 "동부병원의 설립과 운영취지가 경제.사회적약자층의 의료보장이라는 점을 서울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정부의 공공의료 확충 정책과 노선을 달리하는 서울시의 복지정책은 즉각 철회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서대문병원 관계자는 "올 연말 영안실과 주차장이 완비되는 대로 병원은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며 "인력충원 등의 문제는 시가 알아서 할 문제이니 지시에만 따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 동부병원의 민간위탁 사업이 봉착에 다다르자 내달 중 새로운 방안을 구상한다는 방침이나 공무원채용형식과 같은 병원인력채용이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서대문병원의 파행운영은 여전히 걱정거리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