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회장 김재정)과 의료단체들이 기능이 중복되는 의료일원화,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관련 대책위원회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이들 위원회가 내년 의협회장 선거를 겨냥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의협은 정부가 오는 7월부터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시범사업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하자 대책위원회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가동에 들어갔다. 의협은 정부의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도 발주한 상태다.
대한노인의학회(회장 이중근·이사장 장동익)도 지난달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발족시켰다.
또 대한노인의학회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시범사업 효과 판정을 믿을 수 없다”면서 “시범지역 6곳 가운데 최소 2곳 이상을 선정해 별도로 사업효과를 판정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최근 박한성 회장이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 대응 위원회를 꾸리라고 지시하자 위원 선정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들 3개 위원회 기능이 유사할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각 위원회 역할 분담 없이 우후죽순겪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과 노인의학회, 서울시의사회는 의료계가 합심해 공적노인요양보장제도에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공조에는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대한노인의학회 장동익 이사장은 “각 단체들이 따로따로 대응하면 효율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면서 “의협과 노인의학회, 서울시의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장 이사장은 “의협은 우리보고 대책위원회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그것은 곤란하다”고 못박으면서 “각 단체별로 위원회를 두되 연구를 공동으로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의협은 수용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의협 관계자는 “이미 협회가 위원회를 발족한 만큼 참여를 희망하면 들어오면 된다”면서 “일개 학회가 협회에다 대고 공조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고, 이미 연구용역도 발주했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노인의학회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위원회를 발족한 뒤 의협과 공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유사한 난맥상은 의료일원화 추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의협은 의료일원화를 위해 범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와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면서 한약 부작용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범의료 한방대책위원회를 가동, 한약 부작용 사례수집과 한방의료기관의 현대의료기기 불법사용을 고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협과 개원의협의회는 최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범의료 한방대책위원회 사업비를 협회가 관리하느냐, 개원의협의회가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느냐를 두고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에다 서울시의사회도 조만간 의료일원화 대책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 현안을 다루는 유사 위원회가 잇따라 만들어질 조짐을 보이자 상대방을 겨냥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단체장은 "내년 의협회장 선거를 염두에 둔 저의"라면서 "사심을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인사는 5일 “이들 사업은 의료계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사업”이라면서 “서로 힘을 모을 생각은 않고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잿밥에만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겠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내년 의협회장 선거 출마 유력자들이 벌써부터 속이 뻔히 보이는 짓을 한다면 회원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