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 철회로 병원계가 새로운 긴장관계와 대립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핵심논란이던 노무사 위임과 사용자단체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본교섭만을 남겨두었던 병원산업의 산별교섭은 오리무중 빠졌고, 직권중재라는 철퇴를 맞은 노조는 20일 전면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보건의료노조 20일 전면총파업
지난 8일 노조의 하루 총파업 철회는 후퇴라기보다는 ‘두보전진을 위한 반보후퇴’의 성격이 강하다.
보건의료노조는 중노위의 직권중재 회부에 맞서 하루총파업을 전격적인 무기한 총파업을 전환하려는 논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집결장소가 병원이나 학교가 아닌 여의도라는 점, 하루 파업을 준비하고 상경한 조합원들, 파업 찬반투표율에서 보여주듯 내부 조직의 미 정비 등이 복합적으로 겹치면서 노조는 일단 철회를 결정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여러 정황을 볼때 중노위의 직권중재회부 가능성을 낮게 봐 준비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직권중재에 맞서 대정부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에 공권력이 들어오는 한이 있더라도 필사 항전의 투쟁을 벌일 것"이라면서 "정부의 직권중재안에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전면무기한 파업일자로 정한 20일까지는 내부 조직을 정비하는 등 파업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 사용자 "노조가 망신...그래서 우려"
파업 철회에 대해 사용자측은 일단 환영을 표시하고 있지만 이후 진행될 상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조가 강경투쟁 의지를 밝힌 상황이기도 하지만 직권중재회부라는 변수를 통해 이번 사태가 병원노사관계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병원사업장이 정부를 비롯, 민주노총, 경총 등 제3자들의 난투장으로까지 변하면서 그 유탄을 맞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 내 일부 강경파들은 직권중재 회부와 중노위의 직권중재회부안을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들의 이후 대응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측 관계자는 "직권중재와 파업철회가 순식간에 일어나 어안이 벙방하다"면서 "이번 일로 노조가 크게 망신을 당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파업이후 집중적인 교섭으로 타결에 이를 수 있었던 상황에서 향후 노사관계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섭 진행 미지수... 일부병원 피해우려
일단 노사 양측은 교섭을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을 원칙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산별교섭이 원만하게 진행될런지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사용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교섭일정을 잡지 못했다"면서 "중노위의 직권중재도 중재안이 나오기 전에 조금 더 교섭을 하라는 의미로 알고 교섭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도 "직권중재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중노위의 타율적 강제가 아닌 노사 자율교섭으로 타결한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교섭 요청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중노위는 직권중재 기간인 15일내로 직권중재안을 내놓게 된다.
노조는 사측이 중노위의 직권중재안을 기다리면서 성실교섭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고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에 정부와 외부세력이 개입해 '산별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해법은 노사가 중재안 이전에 머리를 맞대고 푸는 것밖에 없다"면서 "몇 몇 병원에 큰 피해가 돌아가더라도 우리는 직권중재에 맞서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