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로봇의 시대다. 사회 각계 각층에서 작게 혹은 크게 로봇의 활용 영역이 눈에 띄고 있다. 의료용 로봇은 더더욱 각광을 받는다. 지난 95년만해도 5건에 불과하던 의료용 로봇 특허출원이 지난해에는 28건까지 늘어났다. 절반 이상이 수술용 로봇이다. 성과도 괄목할만하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이재원 교수팀이 로봇을 이용한 심장수술 100례를 돌파했고 로봇 인공관절 수술도 활기를 띤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최근 선보인 ‘다빈치’는 로봇 수술의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로봇이 집도의를 대체할 수 있는 그날도 올수 있을까? 의사들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찬반론과 전망을 조명해본다.<편집자 주>
이렇게 의사를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의 로봇 의사들의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강점으로 꼽히는 특징이 바로 인간 의사와 달리 떨림이 없다는 점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로봇의사는 약 550㎛(1㎛는 100만분의 1m, 즉 0.001㎜)인 각막에서 정확하게 160㎛ 두께의 각막절편을 실수 없이 자를 수 있다.
이 교수는 “인간은 아무리 가만히 있고 싶어도, 그래서 근육 운동을 하지 않아도 심장 박동이 뛰고 폐가 호흡을 하고 위장에서는 소화를 하는 등의 체내 운동을 하기 때문에 꼼짝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러나 로봇은 수술에서 요구되는 기계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또 로봇의사는 데이터에 따라 정확하게 예정된 과정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예정된 결과를 산출하기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지목된다.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사람은 아무리 명의라고 해도 수술 과정이 언제나 동일할 수는 없고 그 때 그 때의 심리 상태에 영향을 받아 수술이 좀 더 잘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며 "그래서 명의에게는 늘 침착함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로봇은 인간보다 몇백배 이상의 침착함으로 예정된 수술 과정을 펼치게 되기 때문에 오차범위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로봇의사는 이래서 문제...부정론도 ‘고개’
하지만 이러한 밝은 전망과 함께 로봇 수술에 대한 반대론과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목소리도 많다.
한 대학병원의 교수는 “컴퓨터에 증상을 입력하면 진단과 치료가 나온다는 방식의 로봇 시스템은 인간의 몸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다”며 “몸의 이상을 발견해 데이터를 입력하면 예상되는 결과를 산출하는 경우는 전체의 10분의 1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즉, 로봇 의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판단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사람은 몸 전체가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여 기계처럼 어느 한 부분만 고친다고 간단히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문제에 봉착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컴퓨터프로그래밍으로 소화할 수 없는 인체의 변수에 로봇의사는 대응할 능력이 없다”며 “오래된 경험을 가진 인간 전문의만이 환자의 몸 전체를 파악하고 자신의 경험적 판단에 따라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세계적 명의로 꼽히는 의사들의 손재주를 따라오기에 로봇의 기술이 크게 못미치고 있으며 현실화 되기는 아직 요원하다는 불투명한 전망도 제기된다.
황우석 교수의 세계적인 생명의학 연구 실적, 우리나라 최초로 심장 이식수술에 성공한데 이어 ‘심장판막 성형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을 받은 송명근 교수,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복강경 수술실력 등은 섬세한 우리나라 의사만의 손 술기에 기인한 것인데 현재의 로봇에게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교수는 “현재 로봇 시스템이 인간, 특히 우리나라 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쇠젓가락에 의해 숙련된 손놀림’을 따라가기에는 아직 20~30년이라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그때라도 이러한 술기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국 등에서 개발되는 로봇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오히려 우리나라 의사들만의 장점과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무리하게 이를 도입할 것이 아니라 보다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