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전문과목 명칭 사용 문제로 ‘형제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최근 총회를 열어 신경정신과 개명 요구를 강력 성토하고 나섰다.
신경정신의학회 정영조(인제의대) 신임 이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금 타진료과와 한의사, 비의료인들이 우리의 진료영역을 침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경정신과 명칭을 개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논란은 신경과학회에서 신경정신과 명칭을 의료법상 정식 명칭인 정신과로 사용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신경과학회는 지난 9월 복지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의료법상 신경정신과의 정식 명칭이 정신과임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들이 신경정신과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정신과란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대학병원을 포함한 대다수 의료기관들은 정신과란 정식 전문과목 명칭 대신 신경정신과로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신경과는 지난 1983년 신경정신과로부터 정식 분리된 독립 전문과목이며 정신과와는 ‘형제지간’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신경과학회측은 “신경과와 정신과가 독립된 진료영역이지만 신경정신과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마치 신경과 진료까지 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지고 있다”면서 “이는 밥그릇싸움이 아니라 오해의 소지를 없애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반면 신경정신의학회는 “과거 신경과가 분리되기 이전에 신경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해 신경과와 정신과 영역을 모두 다루는 의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신경’을 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다 신경정신의학회 내부에서 전문과목 명칭을 개정하기 위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견이 분분해 일단 이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신경과와의 갈등도 풀 수 있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신경과와 신경정신과 모두 개원가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과거부터 재기된 문제가 감정적 대립으로 이어질 소지도 다분하다.
그러나 신경정신의학회 정영조 이사장은 “신경과학회와 조만간 만나 원만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혀 타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