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철, 나이 많은 남성에게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이 최근 들어 계절, 나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발병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회장 허승곤)는 5일 2006년을 ‘뇌건강의 해’로 선포하고 관련 자료 분석과 임상경험을 통해 ‘뇌혈관질환의 6가지 새로운 경향’을 발표했다.
학회가 발표한 뇌혈관질환의 새로운 경향은 ▲여성 뇌혈관질환자 증가 ▲젊은층 증가 ▲서구형 뇌졸중(뇌경색) 급증 ▲뇌졸중 연중 발생 ▲외과적 예방치료 각광 ▲무증상 뇌경색 환자 증가 등 6가지이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가 최근 전국 8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뇌동맥류(뇌졸중의 일종)로 내원한 1996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여성환자(1,236명)의 비율이 남성환자(760명)보다 61% 정도 높았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이 늘어나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나온 것으로 대표적인 뇌혈관질환 중의 하나이다.
‘특정사인에 의한 연령별 사망확률’에 대한 통계청의 최근 자료에서도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여성사망확률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현재 45세 여성이 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은 17.84%로, 암으로 인한 여성 전체 사망확률 15.52%보다 높아 전체 여성사망확률 중 1위를 차지했다.
65세 여성 역시 18.05%로 암으로 인한 전체 사망확률 13.67%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남성의 경우 암으로 인한 사망확률(45세-28.39%, 65세-26.73%)이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확률(45세-15.26%, 65세-16.22%)보다 크게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 허승곤 회장은 “여성이 뇌혈관질환에 취약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성호르몬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질환은 노인질환으로만 인식돼 왔으나 이번 조사 결과 발병 연령층 역시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뇌동맥류의 발병 평균연령은 53세로 한창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연령층이었다. 40~60세의 중장년층이 54.7%로 가장 많았고, 60세 이상의 고령이 32.6%를 차지했으나, 39세 이하도 12.7%나 됐다.
특히 뇌혈관 기형 등으로 인한 뇌출혈은 10~30대에 주로 발병하고 있어 젊은 사람들 역시 뇌혈관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과거 관리를 하지 않는 고혈압 환자가 많았던 시절,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이 많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최근에는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의 비율이 전체 뇌졸중의 70~80%로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 역시 예전과 다른 경향이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가 심평원에 의뢰해 2000~2005년 사이 뇌혈관질환 요양급여비를 분석한 결과,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으로 인해 지출된 요양급여실적은 2000년 2121억원에서 2001년 2292억원, 2002년 2509억원, 2003년 3248억원, 2004년 3500억원, 2005년 4000억원(추정치)으로 5년 사이 2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뇌경색의 청구건수는 2000년 6만3606건에서 2001년 6만9241건, 2002년 8만2182건, 2003년 10만3778건, 2004년 12만290건, 2005년 9만5875건(3/4분기 현재)으로 급증하고 있어 뇌출혈 청구건수와는 무려 4배의 격차를 드러냈다.
허승곤 회장은 “뇌경색이 증가하는 이유는 뇌영상 진단기법의 발달에 의한 조기진단의 영향도 없지 않지만, 무엇보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고지혈증에 의한 동맥경화 환자 발생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학회는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은 보통 11월~2월 사이 겨울철에 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래에는 연중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추세”라면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흡연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환자들은 1년 내내 특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