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턴모집에 무더기 미달사태가 발생한데는 무엇보다 지원자들의 '자체 검열'이 크게 작용했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인턴 전기모집 결과 180개 수련기관 중 26개소에서, 후기모집에서는 38개 수련기관 중 27개소에서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반면 일부 기관에는 지원자가 몰려 최고 2.2: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원자가 몰리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이 갈리다 보니 매년 인턴 재수생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병협 통계에 따르면 2003년에는 187명, 2004년 462명, 2005년에는 269명이 전형과정에서 탈락했다.
이 같은 ‘지원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지원자들의 수련기관 선택기준이 확연히 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10일 병원계에 따르면 인턴 지원자들 사이에서 수련환경이 열악한 기관은 기피하고, 인턴-레지던트를 병행 할 수 있는 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성현 정책이사는 “예전과 달리 정보 공개 및 교류가 활발하다보니 전공의들의 병원, 진료과 선택 기준이 크게 달라졌다”며 “급여, 당직일수, 시설 등을 꼼꼼히 살피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병원들은 지원을 꺼린다”고 말했다.
Y의대 한 인턴은 “소문이 좋지 않은 병원, 제정이나 환경이 열악한 병원 등은 기피하게 된다”며 “일부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재수를 하더라도 00병원은 안간다’는 말이 흘러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또 수련환경이 좋지 않은 기관의 경우 일부 모집에 성공하더라도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인턴들이 격무에 시달리게 되고, 이것이 또 다른 ‘입시정보’가 되어 지원자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조 정책이사는 “수련교육환경이 열악한 기관에는 지원자들이 없고, 지원자들이 없다보니 인턴들의 수련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무엇보다 먼저 인턴들의 수련, 교육 여건을 개선하려는 병원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병행할 수 있는 수련기관에는 지원자들이 몰리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원자들이 인턴-레지던트 과정을 함께 하는 병원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한 곳에서 안정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원계 일각에서는 레지던트 과정이 없는 ‘인턴 수련기관’의 한계가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협의 관계자는 “교육의 연계성 및 병원과 전공의 간의 소속감, 책임감이 떨어져 질 좋은 교육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교육, 수련과정이라기 보다는 병원측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턴 수련기관’은 사실상 ‘반쪽짜리 수련기관’”이라며 “지역거점병원에 흡수시켜 나가는 등 대안을 통해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