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새벽 사실상 종료된 제34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장동익 후보가 당선된 것을 새로운 의협을 바라는 회원들의 욕구가 그대로 함축되어 있다.
그간 한의계와의 전쟁을 통해 보여준 과감함을 보고 한의사와 약사의 영역침법, 더 나아가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장동익 후보를 선택했다는 얘기다.
앞으로 3년간 의료계를 대표하고 책임지게 될 장동익 당선자가 과연 회원들의 기대대로 어려움에 처한 개원가와 의료계를 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 당선자는 먼저 치열한 선거전으로 인해 더욱 분열되고 찢긴 의료계를 하나로 묶고 질서를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금권.부정선거 논란으로 빚어질 수 있는 후유증을 극복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전체 회원의 5%에 불과한 지지율로 당선됐다는 점을 생각하고, 대표성을 확보하는 일을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장동익 당선자가 얻은 4039표는 김재정 회장이 얻은 5378표보다 훨씬 못미치며 득표율도 22%에 불과해 김재정 회장과 10%p이상 차이가 난다.
전체 의사회원을 8만명으로 볼 때 장 당선자의 지지율은 5%에 불과한 셈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장동익 당선자가 심각한 정체성 위기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는 지도력의 약화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대외적인 신뢰도와 파괴력을 약화시키는 결과가 나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장동익 당선자가 특정과목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과목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장 당선자는 하루빨리 특정 과목의 대변자가 아닌 전체 회원을 아우르는 회장이라는 인식을 회원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의료영역을 침범해오고 있는 한의계나 약사들과의 싸움 역시 힘든 일이다.
현재 한의계는 회원들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의료기기사용, 전문의, 인정의제도 도입 등을 서두르고 있다. 약사회는 불용재고약 해소를 명분으로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장동익 당선자는 공약으로 '힘있는 의사회'를 제시하며 이들과의 일전을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한의계와의 전쟁을 치르듯 행동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엄종희 한의사협회 회장이 지적했듯 장동익 당선자는 내과의사회장이라는 재야인사로서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었지만 의협 회장이라는 위치는 여러곳을 두루두루 살펴야 하는 제약이 있다.
또 어떤 형식으로든 의협의 회계문제에 대해 회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김세곤 후보나 박한성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결정적인 이유도 회계문제가 가장 큰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의협이 투명한 회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일도 새 회장이 해야 할 일이다.
장동익 당선자가 당장 눈앞에 닥친 현안들을 어떻게 요리해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