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K이비인후과 이모 원장은 최근 환자들의 끊이지 않는 ‘대리처방’요구로 한숨이 절로 난다.
더욱이 최근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현상과 아침, 저녁으로는 낮과 기온차가 크게 벌어져 감기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대리처방 요구도 늘었다.
이 원장은 "안면이 있는 환자에게 딱 잘라 거절하기 힘든 면이 있다"며 "의사의 윤리를 지키기 위해 딱 잘라 거절하면 오히려 환자들은 까다롭다거나 권위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의 인식에서 유통성 없고 권위적인 의사라는 이미지가 심어지면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에 있어서도 안 좋을 수 있어 단골환자의 경우 대부분 환자 본인이 오지 않더라도 보호자에게 처방을 해주고 있다.
앞으로 환자와의 관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
사당동의 K의원 김모 원장은 환자들이 외국에 있는 가족에게 약을 보내줘야 한다거나 장기 출장 중이거나 여행 중인 관계로 대리 처방을 요구할 때면 난처하다고 말했다.
간혹 예기치 못한 환자들의 의도적인 눈속임 때문이다.
김 원장은 "한 환자가 할머니의 증세를 말하며 대리 처방을 받아갔는데 건강보험공단 조사결과 이미 사망한 사람이었다"며 "환자가 할머니 이름을 빌려 자신의 증세를 말하고 처방을 받아갔던 것으로 대리 처방의 다양한 방법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결국 동료 원장은 ‘돈 벌려고 죽은 사람에게까지 처방하느냐’며 파렴치한으로 몰려야 하는 등 곤욕을 치르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단지 환자의 사정이 안됐다는 생각에 처방을 해줬다가 의사만 파렴치한으로 몰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래서 혹시라도 환자 보호자가 대신 약을 처방받길 원할 때는 전후 사정을 잘 따지려고 하지만 솔직히 환자의 사생활이라 묻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의협 고문변호사인 김선욱 변호사는 최근 법률상담을 통해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고 환자의 대리인이 증상을 설명하고 진단과 처방을 요구할 경우 무조건 거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행법상 허위 처방전을 발급한 의사는 자격정지 처분과 함께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