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한의사의 CT 판결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대신 K한방병원에 대한 서초구보건소의 업무정지처분을 재량권 이탈로 판결했다.
의료계는 일단 재판부가 한의사의 CT 사용에 제동을 건 것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고, CT 이외의 양방의료기기 사용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의-한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고등법원은 30일 CT를 사용한 K한방병원에 대해 서초구보건소가 3개월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을 재량권 이탈로 판단, 서초구보건소의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은 서초구보건소가 K한방병원에 CT기기 신고필증을 발행했고, 한의사의 CT 사용이 현행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CT 사용을 중단시키지 않고 한방진료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과다한 재량권 이탈이라고 결론 내렸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본다면 K한방병원이 승소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 이유를 통해 “의료법상 의료행위 범위에 대한 명문적인 규정은 없지만 의료와 한방은 별개의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 “한의사가 CT를 사용한 것은 한방의료행위의 범위를 이탈했다고 보여진다”고 못 박았다.
다시 말해 한의사가 CT를 사용한 것은 불법이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CT를 이용한 K한방병원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과도하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서울행정법원은 2004년 12월 1심 선고에서 한의사가 CT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거나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로 볼 수 없고, 한의사의 방사선 진단행위를 한의학상 인정되는 의료행위로 간주해 K한방병원의 업무정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승소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은 모두 K한방병원의 손을 들어줬지만 한의사의 CT 사용에 대해서는 상반된 판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한의사의 CT 사용을 둘러싼 논란은 서초구보건소가 상고할 경우 대법원에서 결론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이번 CT 판결은 현재 의료계와 한의계가 양방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면허 이외의 한방의료행위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의료계에 보다 유리한 상황으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고법 판결 직후 한의계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 함께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서로 상반된 견해를 피력함에 따라 앞으로 양방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료계와 한의계간 갈등과 논쟁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